일반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주는 큰 이슈가 생기면 관련 종목이 관심주가 돼 상승세를 타게 되는데 이러한 종목군을 테마주라고 한다. 최근에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이나 정책과 관련된 테마주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이런 테마주의 이면에는 인정하기 싫은 몇 가지 사실이 있다.
둘째, 기업실적과 직결되지 않은 테마주의 주가는 결국 원위치로 돌아온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서도 소위 대운하 테마주가 기승을 부렸다. 그중 대표 기업 L사의 주가는 단기간에 급등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후에도 이 회사 실적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회사 주가는 거래량 없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주식을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는 지경이 된 것. 2001년 9ㆍ11테러가 발생했을 때는 전쟁테마가, 2005년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때는 바이오 테마가 각광을 받았다. 그 이후에도 자원개발, 태양광 등 무수한 테마주가 만들어졌으나 한 가지 공통점은 실적과 무관하게 올랐던 테마주는 예외 없이 빠르게 원위치됐다는 것이다.
셋째, 테마주 열풍의 이면에는 작전세력이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의 과도한 관심으로 인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만들기가 쉽기 때문이다. 작전세력은 주가를 올리기에 앞서 주식을 매집한다. 그 후 그럴 듯한 루머를 퍼뜨리면서 주가를 올린다.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개인투자자들이 한몫 잡아 보겠다고 너도 나도 달려든다. 이때 작전세력은 미리 샀던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하고 추종매매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은 '아차!'하는 것이 전형적인 작전세력이 개입된 테마주의 결말이다.
금년에는 총선, 대선이 예정돼 있어 기업실적과 무관하게 정치테마주의 꼼수를 만들어내 큰돈을 벌려는 세력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피해 예방과 건전한 투자문화 정착을 위해 이들에 대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투자자 스스로가 미확인 테마 또는 시장루머에 따른 추종매매를 자제해야 한다. 단기 수익을 위해 테마주를 매매하는 행위가 급등한 그 주식을 처분하는 다른 누군가의 수익 실현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원호 금융감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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