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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비전]테마주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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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경 한 장의 사진이 주식시장에 떠돌았다. 어느 정치인과 한 남자의 사진으로, 사진 속 주인공이 코스닥 상장 의류업체 대표라는 소문이 났다. 이에 그 상장사 주가는 불과 한 달여 만에 4배가 됐다. 하지만 사진 속 남자가 상장기업 대표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자 주가는 급락했고 결과적으로 주가가 올랐을 때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일반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주는 큰 이슈가 생기면 관련 종목이 관심주가 돼 상승세를 타게 되는데 이러한 종목군을 테마주라고 한다. 최근에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이나 정책과 관련된 테마주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이런 테마주의 이면에는 인정하기 싫은 몇 가지 사실이 있다.
첫째, 주가의 등락이 기업실적 등 펀더멘털과는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정치인과 관련된 테마주는 70여개 종목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 테마주의 시가총액은 6월 말 7조원 수준에서 최근에는 11조원을 넘어섰다. 주가 상승률도 어림잡아 60%를 상회한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적자를 기록했거나 전년 같은 기간보다 실적이 나빠진 종목이 46개(61.3%)에 달하고 이 가운데 18곳은 적자로 전환됐거나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둘째, 기업실적과 직결되지 않은 테마주의 주가는 결국 원위치로 돌아온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서도 소위 대운하 테마주가 기승을 부렸다. 그중 대표 기업 L사의 주가는 단기간에 급등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후에도 이 회사 실적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회사 주가는 거래량 없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주식을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는 지경이 된 것. 2001년 9ㆍ11테러가 발생했을 때는 전쟁테마가, 2005년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때는 바이오 테마가 각광을 받았다. 그 이후에도 자원개발, 태양광 등 무수한 테마주가 만들어졌으나 한 가지 공통점은 실적과 무관하게 올랐던 테마주는 예외 없이 빠르게 원위치됐다는 것이다.

셋째, 테마주 열풍의 이면에는 작전세력이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의 과도한 관심으로 인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만들기가 쉽기 때문이다. 작전세력은 주가를 올리기에 앞서 주식을 매집한다. 그 후 그럴 듯한 루머를 퍼뜨리면서 주가를 올린다.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개인투자자들이 한몫 잡아 보겠다고 너도 나도 달려든다. 이때 작전세력은 미리 샀던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하고 추종매매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은 '아차!'하는 것이 전형적인 작전세력이 개입된 테마주의 결말이다.
마지막으로 일반투자자들은 폭탄돌리기의 희생자가 되기 쉽다. 투자자들이 테마주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자신이 테마주를 적절한 시점에 사고팔 수 있으며 설사 테마주가 하락하더라도 자신들은 그 전에 비싼 값에 매도하고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테마주로 인한 피해를 키우는 것이 바로 이러한 생각에서 시작된다. 주식시장의 기관투자가나 작전세력보다 앞서서 매매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요행으로 돈을 벌었다 해도 지속적으로 테마주에 투자하면 일반투자자들은 결국 손실을 보게 된다.

금년에는 총선, 대선이 예정돼 있어 기업실적과 무관하게 정치테마주의 꼼수를 만들어내 큰돈을 벌려는 세력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피해 예방과 건전한 투자문화 정착을 위해 이들에 대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투자자 스스로가 미확인 테마 또는 시장루머에 따른 추종매매를 자제해야 한다. 단기 수익을 위해 테마주를 매매하는 행위가 급등한 그 주식을 처분하는 다른 누군가의 수익 실현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원호 금융감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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