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정책추진 철회권고
국토부, 기업 지지 속 도입의지
KTX 운영의 민영화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부의 '철도 경쟁체제' 도입 선언에 이은 코레일의 조직적 반발에 이어 여당 비대위의 추진철회 권고라는 변수가 추가됐다. 올 주요업무계획의 주요 의제로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선택한 국토해양부는 이 같은 압박에도 불구, 여당을 설득해서라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의 의지에 찬성하는 측은 우선 기업들이다. 12일 국토부가 개최한 수서발 KTX 운영권 사업 설명회에는 동부건설, 두산건설 등과 함께 관련 업계 20여곳이 참석했다. 이들은 코레일이 고속철 운영사업으로 30%가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데서 매력을 느끼는 모양새다. 경기침체로 일감이 줄어든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철도시설공단도 정부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코레일과 합병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철도 사용료를 안정적으로 받아낼 수 있는 장점도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비대위가 코레일에 힘을 실어주고 나섰다. 12일 한나라당 비대위는 "KTX 경쟁체제 도입은 국민들의 우려와 반대가 높아, 비대위는 이러한 국민들의 우려와 반대 목소리를 받아들이고 당정협의를 통해 정부 추진 방안이 수정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정부에 정책추진을 백지화할 것을 권고했다. 여당의 공식적 입장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비대위의 발표는 정부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국토부의 의지는 강력하다. 권도엽 장관은 비대위의 발표가 나온 이후 "KTX는 경쟁체제가 독점보다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경쟁체제가 낫다는 것은 경제역사가 증명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다른 국토부 고위관계자도 "비대위의 입장과 관계없이 경쟁체제는 철도사업법으로 진행되는 것이기에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여당을 설득해 경쟁체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찬반을 주장하는 진영이 새롭게 재편되고 코레일의 사장 임명이 병행됨에 따라 철도민영화를 둘러싼 논란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자연스레 철도민영화라는 사안은 국민적 관심사의 하나로 떠오를 전망이다.
철도정책에 20여년 간여해온 한 인사는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실익이 있을 수 있다"며 "철저하게 국민의 편의를 위해 공식 의제로 삼아 충분한 토론을 거쳐 결정해기 때문에 이 같은 논란이 독이 아닌 득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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