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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자 기업도 안철수 테마만 두르면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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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100억 적자 클루넷, 테마 업고 4배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지역주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시절, 일부 지역구에서는 특정당 간판이면 막대기를 세워놔도 당선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었다. 최근 10년간 이같은 극단적 지역주의는 많이 퇴색했지만 최근 증시의 대선 테마주는 과거 '3김(金)'의 전성기 시절, 묻지마 투표를 연상케 한다.

클라우딩 컴퓨팅업체 클루넷 은 지난해 8월 안철수연구소와 24시간 보안 모니터링 웹서비스를 위한 업무 조인식을 체결했다고 밝힌 이후 불과 열흘만에 배 이상 뛰었다.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한계기업이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SW)기업과 손잡았다는 게 호재가 됐다.
이후 조정을 받던 클루넷은 9월 하순부터 본격적으로 시세를 내기 시작했다. 1500원대던 주가가 11월 중순 장중 6100원까지 올랐다. 8월 체결한 안철수연구소와 MOU를 매개로 본격적인 안철수 테마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이 기간, 안철수연구소는 9월 중순 3만원 수준에서 10만원까지 올랐다. 안철수 원장이 대주주로 있는 안철수연구소 주가보다 단기 시세는 더 많이 난 것.

시가총액 100억원 미만에서 출발하다 보니 단기 탄력이 더 좋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클루넷의 급등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우려 투성이다. 클루넷은 2009년과 2010년 연속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두해 동안 기록한 적자 총액은 1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지난해도 3분기까지 8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변이 없다면 3년 연속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최근 3년간 누적 적자액이 2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클루넷이 연간단위로 마지막 흑자를 기록했던 2008년 실적은 매출 241억원에 순이익 26억원이었다. 당시에도 클루넷은 자기자본 51억원에 부채가 323억원이나 되는 회사였다. 2010년까지 누적 적자만으로 전액 자본잠식에 들어가야 했지만 클루넷은 자본잠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결은 2009년 10월 이후 단행한 세차례 유상증자와 아홉차례에 걸친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주식 전환이었다. 클루넷은 이 기간 유상증자로 104억원 이상을 조달했다. 자본으로 전환된 부채(BW)도 80억원이나 됐다. 이 덕에 클루넷의 자기자본은 대규모 적자에도 2009년말 58억원, 2010년말 94억원으로 증가했다.

대규모 증자로 자본잠식 위기를 넘겼지만 문제가 생겼다. 사업규모에 비해 주식규모가 너무 많아진 것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121억원에 머물렀던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가 4800만주를 넘었다. 자본금 규모도 240억원대로 늘어났다.

하지만 문제해결은 어렵지 않았다. 지난해 6월 10대1 감자를 단행했다. 주식수는 480만주로 1/10 수준으로 급감했다. 자본금도 24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3년 연속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퇴출이나 관리종목 지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한 증시 전문가는 "아무리 잘나가는 테마에 묶이더라도 대부분 만성적자 기업은 퇴출 우려때문에 연속적인 시세가 나기 어려운데 클루넷은 잇단 증자와 감자로 그런 우려를 씻었기에 테마주 공략자들의 좋은 공략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품이 걷힐 때는 주가가 오를 때보다 더 급격히 폭락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풀려진 버블은 작은 바늘에도 붕괴한다.'(앙드레 코스톨라니)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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