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브로커' 제대로 손볼때 됐다
네티즌 소비자 속이는 '은밀한 홍보'-차·전자·식품업계 등 막강 홍보력 무시 못해 제품협찬 요구 등 다양 -대기업도 전담팀 구성, 떠받들기 도 넘었다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 이초희 기자, 김수진 기자] # 최근 전자책 관련 A기업은 신제품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행사장 맨 앞 줄을 예약석으로 비워뒀다. 이 자리 주인공은 회사경영진도, 언론사 기자도 아닌 '파워 블로거'들이었다. A사 관계자는 “제품 홍보를 위해 파워블로거를 초청했고 이들의 막대한 영향력을 고려해 특별히 맨 앞에 자리를 배치한 것은 물론, 리뷰 기사작성을 위해 신제품도 한 대씩 무료로 제공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제품 판매를 알선해준 대가로 수억원의 수수료를 챙긴 파워블로거들이 무더기로 과태료 처분을 받으면서 업종별 각 기업들의 파워블로거 관리 양태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파워블로거 관리에 힘을 쏟는 곳은 일반 소비자들이 전문가들의 제품 사용후기 등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는 정보기술(IT)과 전기전자, 음식료,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다. 이 중에서도 대외 마케팅 홍보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적극적이지만 삼성과 LG, 현대·기아차 등 굴지의 대기업들도 파워블로거들을 떠받들기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마찬가지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네이버에 등록된 블로그는 2850만개, 다음에 등록된 카페는 850만개에 달한다.
파워블로그는 운영기간과 포스트 수, 방문자수와 방문 수, 페이지뷰 등 전체적인 활동에 대해 종합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블로거를 매년 선정해 발표하는 것으로 일종의 최우수 회원을 의미한다. 네이버는 매년 800개를, 다음도 450개를 선정 중이다.
자신의 블로그에 제품 사용후기를 제공하는 이들 파워블로거들은 광고와는 달리 친근하고 전문성있게 자신의 정보를 공유해 큰 인기를 끌어왔다.
현재 업종별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곳은 자동차와 카메라와 같은 전자제품, 화장품, 식품, 생활용품 등이다.
특히 IT업계에선 신제품을 먼저 사용해보는 얼리어답터 블로거들의 영향력이 큰 만큼 업체들도 이들과의 관계맺기에 주력하는 편이다.
각 분야의 파워블로거 명단을 기업이 직접 관리하며 신제품이 나왔을 때 먼저 제품을 사용해볼 기회를 준다. 카메라, 노트북, 휴대폰 등 제품에 따라 많게는 30~40명이 관리 대상에 오른다. 또 시제품 시험단 모집을 통해 응모를 통해 공식적으로 블로그를 추려낸다.
한 기업 제품홍보 담당자는 “파워블로거의 게시물일수록 포털 검색결과 상단에 노출될 확률이 크다”며 “홍보 효과는 두 말할 나위가 없다”고 말했다.
단 IT 파워블로거는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필수적이고, 정보를 접하는 층에서도 관련 지식 수준이 높은 경우가 많아 '뻥'은 잘 통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가전이나 식품 등의 영역과 비교할 때 무조건적인 부풀리기가 먹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갤럭시S2' 발매 당시 모토로라의 '아트릭스'와 갤럭시S2를 비교하며 갤럭시S2의 단점을 과대포장한 스마트폰 리뷰 파워블로거는 금세 비난에 시달려 결국 사과문을 내놓는 해프닝도 있었다.
화장품업계도 블로거 전담팀을 구성해 대응 중이다. 유력 카페들을 통해 무료 체험단을 구성해 상품 리뷰를 써주고 이에 대한 사례를 제공한다. 한 카페운영자는 “소위 유명 카페의 카페지기나 파워블로거들은 제품 협찬은 기본으로 요구하고 먼저 금액을 말한다”며 “회원 수가 몇 명인데 (호의적인) 품평단을 모집해주겠다는 식으로 먼저 접근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원 수가 많은 카페는 모든 브랜드가 협찬을 해서라도 가고 싶어한다”면서 “스타급 파워블로거들은 정말 많은 돈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식품업계는 더욱 민감하다. 해외수산물을 수입해 판매하는 세븐피쉬라는 온라인쇼핑몰은 블로그를 제품홍보의 주력수단으로 삼고 있다. 유명 블로거들에게 이 회사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 관련 요리사진을 올리는 방식이다. 음식·요리 관련 한 유명 블로거는 “블로거나 특정 커뮤니티의 운영자가 해당 업체에 연락을 하는 경우도 있고 일정 수준 이상 방문자가 발생하면 업체에서 먼저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스마트폰부터 TV, 생활가전제품까지 파워블로그들이 제품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소비자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파워블로거 모임을 정기적으로 갖고 간담회를 개최한다. 물론 신제품 출시행사에 이들을 초청하는 것은 기본이다.
LG전자의 경우 최고관계책임자(CRO)인 김영기 부사장이 파워블로거들과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데 김 부사장은 “파워블로거들의 질문에 즉각 대답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도 파워블로거 관리에 열심이다. 신차 시승 및 공장 견학 등의 행사에 주로 초청한다.
현대·기아차는 고객서비스팀에서 블로거 관리를 맡고 있다. 파워 블로거의 영향력을 고려해 신차 홍보 및 여론 조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 8월 말에는 이들을 충남 당진에 있는 현대하이스코 강판 공장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내수와 수출용 강판이 다르다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다.
한국GM은 블로거를 포함한 소셜미디어 홍보를 온라인커뮤니케이션팀에서 맡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9월 초 충남 보령 트랜스미션 생산공장에 파워블로거 15명을 초청했으며 최근에는 이들을 대상으로 신차 말리부 시승행사를 열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상하이 전기차 출시행사 때 9명의 블로거를 초청하기도 했다.
한편 삼성을 비롯해 대기업들은 블로거들과 윤리 규정을 맺어 사측의 물적 지원을 받았을 경우 이를 제품 리뷰에 의무적으로 게재하도록 하는 곳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IFA에 파워블로거 2명씩을 공개 선정해 초청했다. 관련비용은 모두 회사 측이 지원했지만 이들의 블로그에는 회사협찬 전시회 참관임을 명시토록 해 오해의 소지를 불식시키도록 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김수진 기자 sj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