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내년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표류 위기에 놓였다. 국회예산처가 한국석유공사 등 해외자원 공기업들의 2012년도 예산에 대해 수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처는 지난 3일 284개 공기업 가운데 41개 기관의 예산 조정을 요구했다. 이날 예산처에서 직접 거론한 해외자원 개발 공기업은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석유공사다.
예산처의 이 같은 요구에 공기업은 물론 자원 개발을 하고 있는 민간기업들도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제 본격적인 자원 개발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멈추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기업들이 더욱 난색을 표하는 것은 예산처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도 거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국회에서 이같이 문제를 걸고 넘어지면 예산 수정이 불가피 하다”면서 “예산처의 지적사항은 일종의 강제사항으로 내년 자원 개발 예산을 조정해야 하지만 우선 예산처를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석유의 경우 단순한 확보 이상 가치를 지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이나 내전, 민중 봉기 등으로 석유 가치가 높아졌고 이는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예산처의 이 같은 사안은 이른바 제조업식의 계산방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건을 팔면 반드시 결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해법이다. 이와 반대로 자원 개발은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자원 탐사를 거쳐 이익을 판단해야 하고 설비에 투자해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한번 사업을 접어버리면 다시 복구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 전문가는 “이번 국회예산처 권고는 야구로 비교하면 3할 타자를 주전에서 빼는 것과 같다”면서 “이제 막 본격 궤도에 오른 공기업들의 실력을 검증하지도 못한 채 쫓겨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공기업을 제외한 민간기업에게만 자원 개발 확보를 맡기기도 힘든 실정이다. 민간기업이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 있는 반면 굵직한 사업 대부분은 공기업이 참여해야 이뤄지는 사업들이다. 또 민간기업들은 이윤에 움직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것도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현재 공기업들은 다각도로 예산처에 사업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업들은 글로벌 자원개발 시장에서 10년을 후퇴하느냐 앞서가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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