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지난 28일 서울 중구 태평로클럽. 오전 7시30분에 시작된 손해보험사 사장단 회의가 한시간여만에 끝났다.


문재우 손해보험협회장을 비롯해 12명의 손보사 최고경영자(CEO)는 사회공헌기금 200억원의 사용처를 결정하기 위해 모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문 회장이 주관한 이날 회의에서 손보협회는 ▲저소득층 자녀 교육 지원과 ▲응급의료 선진화 지원 ▲교통사고 유자녀 지원 ▲독거노인 지원 등 모두 4가지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회의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사장단은 "2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4개 분야로 쪼갤 경우 지원 성과가 크지 않다"며 기금 사용처를 1∼2개 분야로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금의 성과를 최대한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손보사 사장단 회의는 실무진이 사전에 조율한 사안에 대해 합의하는 상징적인 회의였기 때문에 이날 회의 분위기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굳이 표현하자면 바쁜 최고경영자(CEO)들이 한자리에 모여 실무자급 회의를 한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손보사의 사회공헌기금 조성' 발표가 급조됐음을 업계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5개 금융업협회장(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의 사회공헌 확대 방안 발표 일정에 서둘러 짜맞춘 결과라는 지적이다.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금융권의 탐욕을 규탄하는 분위기가 한국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부랴부랴 사회공헌기금 조성 지시(?)에 따라 금융권이 발표부터 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선 손보협회가 각 사별 이해관계와 업계의 의중을 제대로 읽지 못해 발생한 단순한 해프닝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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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돈을 갹출할 지, 또 어떤 계층에 어떤 방식으로 어떤 도움을 줄 지 사전 검토도 없이 동네방네 '선행'을 떠들고 나선 금융권의 성급함에 아쉬움이 남는다.


'오른 손이 하는 걸 왼손이 모르게 하는' 고품격 선행은 기대하기 힘들다 쳐도 최소한의 프로세스는 지켜야 하는 게 아닐까?


조영신 기자 as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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