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진상 고객’ 아니죠?
[아시아경제 박지선 기자]
사전에서 찾은 ‘진상’
상품을 구입한 고객. 특별한 이유 없이 환불을 요구하거나 반복적으로 말도 안되는 서비스를 강요하는 등 일반적인 사회 통념상 상식 수준을 벗어나는 행위를 하는 고객으로 영업에 손해를 입히는 고객을 일컫는다.
‘진상’이 되면 좋은점
백화점은 입점된 브랜드에게 고객 불만을 최소화 할 것을 명령(!)한다. 고객의 불만은 브랜드의 이미지가 아닌 백화점의 이미지를 해친다고 판단해서다. 브랜드는 고객의 요구가 부당해도 백화점과의 관계를 생각해 무조건 약자가 될 때가 허다하다.
불만이 심했던 고객일수록 원만한 타협을 위해 고객의 의견을 들어주고, 깔끔한 뒷마무리를 위해 사은품을 증정하는 브랜드가 많다. 고객은 이를 악용해 백화점 고객 서비스 센터에서도 사은품을 받는 등 이중으로 사은품을 챙긴다.
고객은 왕이다
불만 고객 1명은 예비 고객 20명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는 경영학생이 제일 먼저 배우는 마케팅 원칙 가운데 하나다. 브랜드(=제품)에 불만을 가진 고객이 미래에 끼칠 부정적 영향은 상상 이상이다.
패션 브랜드 A - 홍보 담당자 - 경력 3년
“저희 브랜드는 ‘진상’이라는 단어를 금지어로 지정했습니다. 고객이 없는 자리에서 쓰면 어떠냐 하겠지만 어떤 순간에도 고객은 진상일 수 없다는 경영진의 뜻이죠. 고객은 늘 왕이라는 생각으로 일합니다.”
패션 브랜드 B - 마케팅 디렉터 -경력 14년
“해외 명품 브랜드에서 오랫동안 일했습니다.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고객의 불만이 없도록 많이 노력하는 편입니다. 경험상, 고객의 불만 가운데 두드러지는 것은 지나치게 높은 기대치입니다. 내가 이걸 얼마를 주고 샀는데 이정도 품질이냐, 명품이 이정도냐며 불만을 내비칩니다. 그런데 가죽 가방을 난방 기구에서 태워놓고는 가죽이 약해 이런 일이 생겨하다거나, 10년 넘게 입은 다운 (오리털) 재킷에서 깃털이 빠졌다고 불량품이라 얘기 들을 때면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
전설이 된 업계 대표 진상
사례 1 - 화장품
아이크림을 구입 후 3달이 지나 90% 이상 쓴 다음 부작용이 나서 쓸 수 없다고 하는 경우. 다른 고객도 있고 해서 로션으로 교환
이틀이 지난 후 고객이 다시 방문. 이 역시 맞지 않으니 크림으로 바꿔달라 요청. 그런데 제품 용기는 거의 비어 있었다. 이틀동안 얼굴 로션을 다 쓸 수는 없는 일. 빈통에 제품을 덜어두고 온 것이 분명했다.
진상 고객으로 이름을 올린 고객의 만행(!)이 계속되자 브랜드는 결단을 내렸다. 매장에서 강경하게 나오자 고객은 본사로 전화를 걸었다.
격앙된 목소리의 진상 고객은 사장과의 통화를 원했다. 비서의 답은 “저희 사장님 프랑스 분이고 한국말 못합니다.” 사장 다음으로 높은 사람 바꾸라는 고객의 명령. 다시 비서는 답했다. “전무님인데 영국분인데 출장 중입니다.”
사례 2 - 패션 브랜드
한 중년 여성이 고이 접은 남성 와이셔츠를 들고 매장을 찾았다. 한 번도 입지 않았으나 군데군데 색이 바래있었다. 셔츠는 7년 전 제품.
“이거 내가 미국에서 구입한 셔츠에요. 남편한테 선물 했던 것인데 아끼느라 입지 않았다가 이제 입으려고 꺼냈어요. 이 브랜드는 전세계 어느 매장에서나 똑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던데. 그래서 명품이지 뭐. 셔츠 깃이 누렇게 변했으니까 새걸로 좀 교체해줘요."
그러나 이 브랜드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셔츠 깃을 교환해주는 서비스를 진행하지 않는다. 제품에 하자가 있을 경우 무료 서비스 기간은 제품 구입 후 1년이다.
한국 브랜드도 남자 와이셔츠 깃을 교체해주는 서비스가 있는데 왜 명품이 왜 그런 서비스가 없냐고 막무가내였다.
한국에서 일어난 일은 한국에서 처리하는 것이 원칙
구입한 옷을 수선까지 해놓고 원하는대로 고쳐지지 않았다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며칠 후 매장 직원은 황당한 일일 겪었다. 고객은 불쾌한 마음을 한국 지사가 아닌 본사의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다. 본사 홈페이지에 실린 내용은 한국에서도 실시간 확인된다.
영어로 항의 글을 올리는 고객도 많아졌다. 때로 한국어로 항의하는 고객의 글을 접한 외국 본사에서는 그 내용을 번역해서 보낼 것을 요청받는다.
“본사에서도 고객 컴플레인 과정에 조언을 줍니다. 그러나 막무가내로 떼쓰는 고객의 컴플레인 때문에 리포트까지 해야 할 때는 정말 힘들죠. 본사에 체면도 안서구요. 한국에서 일어난 일은 여기서 처리하는게 원칙이죠. "
‘진상’의 화를 부른 지상 최대의 실수
브랜드의 VIP고객인데 진상이다. 정말 힘들다. 매출을 올려주는 감사한 분이지만 매장 직원 모두 회피하는 악명 높은 진상 고객은 버릴 수도, 가질 수도 없는 계륵과 같은 존재다.
신입 직원에게 VIP 고객 리스트를 정리하던 고참. ‘가다나’ 고객 이름 옆에 ‘진상’이라 표시해두고 이 고객을 대할 때의 주의점에 대해 설명했다. 비극은 여기서 시작됐다.
가다나 고객 집으로 배달된 우편물. VIP 고객 초청 패션에 오라는 내용인데 자신의 이름 옆에 써있는 두 글자 ‘진상’을 확인한 고객.
그 고객은 그 초청장을 들고 백화점으로 찾아가 제대로 실력발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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