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얼마전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디스플레이, 2차전지, 로봇 관련 대기업들을 방문하고 나서 이런 소감을 말했다. "대기업 공장을 가보면 막상 현장에서 직원들이 많지 않더라. 자동화된 기계,장비들이 일을 다 하더라. 그런데 요즘은 웬만한 설비들은 국내에서 조달이 가능하고 대부분 중소,중견기업들이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얘기를 듣고는 대기업이 투자를 늘리면 이것이 중소,중견기업들의 매출을 늘리고 공장가동률을 높여 고용을 늘리는 효과로 이어지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만해도 전국경제인연합회는 600대 기업이 올해 125조원 가량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설투자와 연구개발투자를 합한 금액으로 기업들이 공격적인 경영을 나서겠다는 일환이다. 공생발전,동반성장을 압박해온 정부에 대한 화답의 성격도 강했다.
최근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포스코는 불황을 극복하고자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올해 투자를 1조3000억원 줄이겠다고 했다. LG디스플레이, LG화학, STX 등 잘나가던 기업들도 시황이 나쁘고 전망도 좋지 않자 투자를 보류하거나 재검토 중이라고 한다.
대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투자 축소는 결국 중소기업들에 영향을 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416개 중소업체의가동률을 조사하니 정상적인 가동률(80% 이상)을 보이는 비율이 43.5%로 나타났다.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재계 일부에서는 대기업들의 이런 투자위축은 정부가 법인세 인하를 철회하고 설비투자에 대한 세금을 깎아주지 않기로 해서라는 푸념도 나온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감세를 예상하고 투자계획을 세웠는데 갑자기 감세를 철회하겠다고 하고 대내외 상황은 더 안좋으니 투자를 줄이는 것 아니겠는가"고 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는 기업의 설비 투자액에 대해 세금을 줄여주는 대표적인 기업의 투자촉진 세제다. 기업의 투자촉진에 적지 않는 효과를 거두었다. 정부는 그러나 임투세를 없애고 고용을 유지하거나 고용을 늘리면 세금을 줄여주는 고용창출세액공제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임투세 폐지에 대해서는 지식경제부는 물론 대기업,중소기업들도 적지않게 반대하고 있고 그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도 "안정된 경제성장과 양질의 고용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꾸준히 시설투자를 늘려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정부가 투자의욕을 꺾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
했다.
정부로서는 고용없는 성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용증가와 연계된 투자를 지원해 일자리 창출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재정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민간(기업)의 투자 위축을 방지하는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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