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장이 백화점수수료 '대폭' 인하 요구한 이유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2월 이후 7개월만인 6일에 대기업 유통업계 최고경영자들을 만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판매수수료 인하를 공식요청했다. 단순한 인하가 아니라 일정규모의 매출액 이하의 중소협력,입점업체에 대해서는 '대폭'인하해달라고 했다.
2월만해도 동반성장과 물가안정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던 김 위원장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겉으로는 동참,호소,협조지만 사실상의 압박이자 요구였다는 게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유통업계의 수수료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리(백화점)나 시간(홈쇼핑)만 내주고 수수료만 받아간다고 해서 "손 안 데고 코푼다" "임대사업자, 부동산업자"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왔다
정부로서는 유통업계의 과도한 이익의 일부가 중소협력,입점업체에 대한 고율의 판매수수료에서 얻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롯데ㆍ현대ㆍ신세계 등 3대 백화점과 이마트ㆍ홈플러스ㆍ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의 2010년 매출액은 31조8078억원으로 10년 전인 2001년 매출액(11조8973억원)의 2.7배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001년 3726억원에서 지난해 2조6458억원으로, 7.1배로 증가했다.
하지만 백화점 평균 수수료는 20%대 후반으로 중소기업의 경우는 30∼40%의 높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1만원에 제품을 판다면 3000∼4000원은 백화점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을 10%라고 가정한다면 수수료와 자체 마진이 제품가격의 절반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정재찬 공정위 부위원장은 앞서 8월 6일에 유통업계 대표들과 만나 판매 수수료율 2~3%포인트 인하 등 '공생발전' 정책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고 공정위는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판매 수수료 실태 조사를 벌이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은 별도의 성명을 내고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유통업체들은 판매수수료를 즉각 인하하라"고 촉구했다. 중앙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최근 백화점을 상대로 수수료 인하를 요청한 것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며 "높은 판매수수료는 중소납품업체의 수익 악화뿐 아니라 물가상승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빠른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회는 "이와 관련해 백화점의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대규모소매업에서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안'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의 폭과 인하 대상 납품,입점업체 기준 등을 고민하고 있지만 정부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매출액과 영업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어 성의표시의 선을 어디에 둘 지 고민이 깊다"고 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