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숍이야, 피서숍이야
매장 앞만 지나가도 서늘..에너지절역 남의 얘기라는 이곳
"손님 내몬다" 문 열고 영업은 기본..냉방 적정온도 26도 나몰라라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더위 피하려면 백화점 대신 로드숍 가라?'
정부의 에너지절감 시책으로 유통업계가 매출관리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화장품 로드숍들이 새로운 피서지매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더우면 백화점으로 가라'라는 옛말이 이제는 '로드숍으로 가라'로 바뀌는 형국이다. 냉방온도 26℃를 지키지 않는 것은 물론 냉방중임에도 문을 열어놓고 영업을 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19일 폭염주의보가 내린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33℃를 웃돌아 찜통더위가 계속됐지만 거리 곳곳에 자리잡은 화장품 로드숍 앞을 지날때는 오히려 서늘한 느낌마저 들었다.
지식경제부가 지난 11일부터 7주 동안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냉방온도를 26°C로 제한하고, 판매시설에 대해 25°C로 제한하는 방안을 시행한 것을 감안하면 거리의 모습은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다.
화장품 로드숍 매니저들은 "경쟁이 치열해 손님을 맞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건너편 부터 명동예술극장 사이에 200m 남짓한 거리에는 미샤, 이니스프리, 스킨푸드, 아리따움, 네이처 리퍼블릭, 에뛰드 하우스, 더 페이스 샵, 토니몰리, 홀리카홀리카 등 국내의 대부분의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등이 총집결해있다.
매장 관계자는 "로드숍 매장이 수십개가 밀집해 있는 상황에서 문을 닫고 영업을 하는 것은 손님을 걷어차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며 "대규모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내린 온도제한 지침의 대상도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고객들의 출입을 고려한 조치라고해도 거리를 향한 유리창 전체를 열어두고 영업을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7~8m에 달하는 유리창 앞면 전체를 열어둔 채 영업을 하고 있는 매장도 적지 않았다. 열린 유리창으로 전기가 줄줄 새나가고 있는 셈이다.
▲낮 최고 기온이 33℃에 이르렀던 19일, 서울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이 문을 활짝열어둔 채 영업을 하고 있다. 화장품 매장 관계자는 손님들의 출입 편의를 위해 문을 열어두고 영업을 한다고 밝혔지만 그로 인한 에너지 낭비는 심각한 상황이다.
원본보기 아이콘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일선 매장에 권고는 하고 있지만 로드숍의 경우 쉽지가 않은 상황"이라며 "화장품의 경우 온도에 민감한 제품이 있기 때문에 적정온도보다 낮게 매장을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거리의 매장에서 온도관리가 무방비 상태에 있지만 관할 구청이나 지식경제부는 전국에 수십만개에 이르는 소규모 점포까지 모두 관리를 할 수는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눈 상황이다.
서울 중구청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정부에서 내려온 지침에 따르면 온도제한 적용대상은 대형 백화점 등 일부분"이라며 "소규모 매장은 관리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소규모 매장에는 특별히 온도 관리를 이유로 현장 점검을 나가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지식경제부 에너지절약협력과 관계자는 "소규모 매장의 경우 온도제한을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지속적으로 권고 홍보를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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