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즉각 화답했다. 이날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례적으로 휘발유ㆍ경유가격을 인하키로 한 결정에 크게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정유사의 인하 결정은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기름값에 고통받던 서민들은 가격 인하 조치가 쌍수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일련의 과정들이 마치 '토끼몰이'를 연상케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업계의 두뇌싸움은 올 초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촉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개 정유사에 대한 대규모 현장 조사에 착수했고, 즉시 지경부를 중심으로 석유제품 가격결정구조를 논의할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지난주 마지막 카드가 효력을 발휘했다. 현장 조사 두달 만에 공정위가 정유업계에 '원적지 관리'와 관련한 담합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1조원대 과징금 부과 가능성도 제기됐다. 결국 SK에너지는 영업일이 아닌 휴일 ℓ당 100원 할인이라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그만큼 마음이 급했다.
기름값을 잡기위한 정부의 노력은 '용두사미'로 막을 내렸다. 코너로 몰린 기업이 이윤추구에 반하는 '성의표시'로 희생을 감수한 것이다. '묘한' 기름값 잡기가 낳은 '묘한' 해법. 뒷맛은 너무 씁쓸하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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