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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간 때문이야’에 끌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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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간 때문이야’에 끌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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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피곤한 간 때문이야~’ 어느 날 한 제약 CF를 통해 시작된 이 노래는 온갖 인터넷 커뮤니티에 앞 다투어 패러디가 올라오더니 최근 디지털 싱글로 정식 발매되기에 이르렀다. CM송이 한때의 유행어가 되는 게 드문 일은 아니지만 지금 사람들이 이 노래를 즐기는 방식에서는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간 때문이야’를 따라 부르고, 패러디하고, 옮기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CM송이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광고를 만든 사람들도 어쩌면 이를 노렸는지도 모르겠다.

요즘같은 미디어 홍수 시대에 대중은 생활 패턴과 취향에 따라 미디어를 선택하고 집중한다. 사람들이 다시보기 VOD와 인터넷 동영상을 클릭하는 시대에 광고는 더 이상 TV 속 드라마 사이에 머물 수 없게 되었다. 대중은 광고 역시 콘텐츠로 즐기기 시작했고 만드는 사람들은 예전처럼 제품만 내세워서는 더 이상 성공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이에 등장한 것이 이야기를 파는 ‘스토리텔링 마케팅’과 엔터테인먼트라는 필터를 통해 대중의 거부감을 희석시키는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Branded Entertainment Marketing)’이다.

세련된 PPL과 스토리텔링 광고의 힘


 <무한도전> ‘오호츠크해 특집’은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PPL과 만나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

<무한도전> ‘오호츠크해 특집’은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PPL과 만나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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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송된 <무한도전> ‘오호츠크해 특집’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PPL을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소화한 좋은 사례였다. 방송을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멤버들이 드라이슈트를 입고 유빙 위를 걷는 장면이나 스케치 풍경에서 기시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는 이 방송이 일본관광청의 PPL로 제작되었고 최근 방영 중인 일본관광청 CF를 저절로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사실 광고와 엔터테인먼트를 접목하는 대표적인 마케팅 기법인 PPL은 때로 과한 노출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지만 고질적인 제작비 부족에 시달리는 국내 방송 환경을 감안하면 그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그러나 ‘오호츠크해’ 편은 PPL이었지만 동시에 그 자체로도 여전히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우리가 박명수의 ‘폭력성 실험’을 보면서 웃고 즐기는데 일본관광청의 협찬이 방해가 되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대홍기획의 한유석 팀장 역시 “PPL은 작품이 맞아떨어지는 접점을 찾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스토리텔링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 작업에 대해 “직접 찾아가서 즐기라는 광고의 목적과 가보지 않은 곳에 도전하는 프로그램 성격이 잘 맞는 떨어졌다. 방송이 나간 후 여행 상품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작년부터 최근 ‘김하늘, 김민희 편’까지 화제를 모은 맥주 브랜드 Max의 캠페인도 흥미롭다. 수십 명의 한국영화계 스타들이 릴레이로 출연했으니 개런티만 해도 수십억에 달했을 이 대형 프로젝트가 성사될 수 있었던 건, 개런티를 기부하는 후원광고였기 때문이다. 또한 Max 광고는 최근 엔터테인먼트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포착한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의 성공 사례다. Max 광고에서 배우와 감독들은 영화 촬영장이나 뒤풀이 자리를 연상시키는 무대에서 실제 자신을 연기한다. 마치 ‘리얼리티 쇼’를 보는 듯한 착각을 주는 이 시리즈는 근래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리얼’을 잘 반영하고 있다. 게다가 시리즈로 제작되어 대중으로 하여금 다음에는 누가 나올까 하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고, 능동적으로 광고를 찾아보게 만들었다.

광고, 스스로 콘텐츠가 되어라


Max 광고는 가장 최근 우리에게 소개된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의 사례라 할 수 있다.

Max 광고는 가장 최근 우리에게 소개된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의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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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점점 TV 앞을 떠나고, 이는 더 이상 사람들이 TV에서 CF를 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변화는 당연히 광고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백억의 광고비를 쏟아 붓는 물량 공세로 광고를 강제로 노출시킬 수 있는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의 브랜드는 어떻게 대중과 만나야 할까. 많이 뿌릴 수 없다면 스스로 매력적인 콘텐츠가 되어 대중이 찾아오게 해야 한다. 가장 화제가 되었던 BTL 중 하나인 글로벌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의 UEFA 챔피언스 리그를 활용한 소셜 마케팅의 경우, 시대의 트렌드를 포착한 광고에 쏠리는 대중의 관심과 효과를 증명했다.

CF 역시 더 이상 TV 속 짧은 영상물로 존재해서는 과거의 영광을 이어갈 수 없다. 좁은 TV 상자를 벗어나 모든 것이 존재하고 그래서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의 망망대해에 내던져진 광고는 살아남기 위해 몸매를, 얼굴을, 화법을 바꾸고 있다. 때로는 유행가를 능가하는 CM송으로, 세련된 PPL로, 그리고 스타를 단순히 모델이 아닌 스토리텔링 속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러한 변화는 광고의 시청자이자 제품을 사는 소비자인 우리에게 나쁘지 않은, 오히려 흥미로운 변화다. 이는 결국 우리가 보고, 웃고, 즐기고, 갖고 놀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늘어나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각주_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 기업의 제품 및 브랜드를 영화, 드라마, 공연, 음악, 출판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 장르에 접목시켜 스토리 속에 브랜드 이미지를 투영시키는 방식을 통해 소비자의 관심을 유발하는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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