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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팍 도사’, 거장의 101번째 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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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팍 도사’ MBC 밤 11시 5분
열여덟 살에 무일푼으로 가출해 배고픔을 잊기 위해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안 되면 (영화계를) 떠나면 된다”는 신조로 모든 것에 과감하게 도전했다. 그 결과, 56년 동안 무려 영화 101편을 만들었다. 만약 어제 방송에서 임권택 감독이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진지한 태도로 일관했다면, 그의 영화들은 기억에 남았을지언정 임권택이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인상은 쉽게 잊혀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마치 별 일 아니었다는 듯 허허실실 웃으며 털어놓으면서 스스로 친근한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나의 우상이었던 이만기 선수를 엎어치기했다”는 이유로 MC 강호동에게 소심한 복수를 하는가하면, 영화감독 데뷔과정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대신 “군화 장사가 잘 됐으면 영화 쪽으로 안 갔을 것”이라는 솔직함을 앞세웠다. 게다가 “연출부 막내 시절 촬영을 거부하는 여배우의 뺨을 때렸다가 무릎 꿇고 뺨 석대를 얻어맞았다”는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마저도,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웃음이 터진 제작부장까지 함께 맞았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덧붙이며 예능 프로그램에 적합한 에피소드로 소화했다. 그러면서도 그 행동이 “연출부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함이었다는 사실까지 빼놓지 않았다. 마치 신기한 전래동화를 듣는 것처럼 진행보다 리액션에 충실한 MC들이 모습이 흠으로 비춰지지 않았던 것은 임권택 감독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을 지니고 있었던 덕분이다. 이것이 바로 영화 100여 편을 만든 감독의 위엄이자 세월이 빚어낸 연륜이다. 억지감동은 반사하고 자신을 희화화시키며 ‘거장’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임권택 감독. 과연 그는 다음 주에 깜짝 출연하는 배우 강수연과 예지원 앞에서 어떤 예능감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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