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INTERVIEW] "종교와 정치는 상호비판적으로 기능해야"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단테 제정론'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 성염 옮김 / 경세원 / 2만원.


성염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69)는 카톨릭계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꼽힌다. 라틴어를 구사할 수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지식인 가운데 하나다. 그는 주 교황청 대사를 지내고 2년이 지난 2009년 단테의 '제정론'(De monarchia)을 번역해 세상에 내놨다. 제정론은 세속정치권력 보다 교회 권력이 우위에 있다는 교황의 칙령에 반발하면서 정치와 종교는 별개라는 주장을 담았다. 지금은 경상남도 함양에 머물고 있는 그와 전화통화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을 꿇고 통성기도한지 닷새가 지난후였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희수(喜壽)를 바라보는 나이가 무색할만큼 또렷하고 건강했다. 성 전 교수는 8일 인터뷰에서 "종교와 정치는 상호비판적으로 기능함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제정론을 번역해 세상에 내놓신 까닭은 무엇이었습니까?
▲ 정교분리(政敎分離)를 철학적 사변으로 정립한 책이 단테의 이 소책자입니다. 인간은 '현세적 행복'과 '영원한 행복'을 두 개의 최종목적으로 삼고있고, 두 최종목적을 주관하는 황제와 교황이 신에게서 각각 직접 통치권을 부여받는 것이지, 교황이 황제에게 통치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본서의 주요내용입니다. 이 책을 금서목록에까지 올린 가톨릭교회는 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다원적 사회에서는 정치 공동체와 교회의 관계를 올바로 보아야 하며 정치 공동체와 교회는 그 고유 분야에 있어서 서로 독립적이며 자율적인 것이다"라고 선언하고서 "그러나 양자 모두 명분은 다르지만, 동일한 인간들의 개인적 사회적 사명에 봉사한다. 교회가 인간의 기본권과 영혼의 구원이 요구할 경우에는 정치 질서에 관해서도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는 단서를 붙였습니다.


단테의 이 정치철학 서적이 읽힐 만한 이유는 정교분리를 오해하면서 두 영역이 무리하게 충돌하거나 세력권 분할이라는 기묘한 야합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AD

-최근 들어 종교계와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단테가 한국의 이런 모습을 봤다면 뭐라고 말했을까요?
▲ 최근들어 근본주의 성향의 개신교가 현정권에 이념적으로 너무 밀착해 타종교를 폄하하거나 훼손하는 언행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대로 가톨릭 일부 성직자들은 1970년대 군사독재 이래의 인권무시와 환경파괴, 부의 편중이 재현될까 우려해 현 정권을 비판하는 입장입니다. 원칙적으로 어느 종교집단이 현정권을 무비판적으로 옹호하면 그 정권에 피해를 받는 집단은 그 종교 자체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게 됩니다. 차라리 어느 종교지도자든 현정권에 거리를 두고 국민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평등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비판적 조언을 하는 게 단테가 의도한 정교분리의 원칙에 맞다고 봅니다.


-단테라면 종교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한다고 했을런지요?
▲정치와 종교는 고유한 영역입니다. 그러나 단테가 주장했고 가톨릭교회가 정립했듯이, "양자 모두 명분은 다르지만, 동일한 인간들의 개인적 사회적 사명에 봉사합니다" 오로지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역학관계로만 나아가는 정치는 포퓰리즘이나 독재나 국수주의라는 파국을 초래합니다. 종교인들이 정치인들에게 많은 '원칙적 조언'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김수환 추기경 같은 분의 생애가 보여주었습니다. 단테도 이 책자의 마지막에서(3.16.17-18) 사멸하는 지상의 행복은 어느 면에서 불멸하는 행복으로 정향되어 있는 까닭에 정치가는 종교지도자들에게서 어떤 빛을 받음으로써 세계를 보다 힘차게(= 덕스럽게) 통치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