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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 이수일·‘엔지니어’ 한광희 두 CEO의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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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생 동갑, 걸어온 길 전혀 달라
2005년 이 사장 입사후 조직 장악
2007년 한 사장 영입 및 전기로 착공후 경쟁 구도
2011년 실적 개선 위해 이 사장 재등용


‘마케터’ 이수일·‘엔지니어’ 한광희 두 CEO의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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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3일 KG스틸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한광희 부회장과, 부회장으로 승진해 두달여 만에 대표이사로 복귀하는 이수일 동부특수강 사장의 질긴 인연이 화제다.
두 사람은 1945년생 동기지만 엔지니어와 마케터라는 전혀 상반된 길을 걷다가 동부제철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먼저 동부제철에 온 사람은 이 사장이다. 현대자동차 전무를 끝으로 자회사인 캐피코 부사장과 대한알루미늄공업 사장, 한국전기초자 사장을 역임한 뒤 지난 2005년 동부제철의 전신인 동부제강 사장으로 입사한 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당시에는 김준기 회장과 삼성출신인 천주욱 사장 등과 함께 3인 대표체제를 구성해 단숨에 회사의 주요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07년 한 사장이 입사하면서 상황이 뒤바뀐다. 그해 동부그룹은 총 8700억원이 투자되는 충남 아산만 전기로 일관제철소를 착공하면서 포스코 출신 한 사장을 신사업 부문 책임자로 영입한다. 포스코의 고로 건설과정에 참여했던 그의 노하우를 전기로 공사에 접목시키고자 하는 의도였다. 이때부터 두 사람의 경쟁관계는 시작됐지만, 회사의 모든 힘이 전기로의 성공적인 건설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한 부회장의 입지는 더욱 커져갔다.

2009년초 마케팅 영업부문(이 사장), 생산기술부문(한 사장) 등 두 부문으로 이끌어가던 동부제철은 그해 6월 19일 전기로 가동식을 열흘 가량 앞두고 이 사장과 천 사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한 사장이 전체를 담당하는 구조로 대전환한다. 동부CNI 경영연구소로 잠시 자리를 옮겼던 이사장은 선재사업부문장에 선임됐다가 대표이사 직함에서 이름을 뺀 것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동부제철이 두 명의 사장체제로 운영되면서 부문간 협력체제에 대한 문제점이 거론됐었다고 전했다. 보이지 않는 두 CEO의 물밑 경쟁이 치열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기로가 성공적으로 가동된 후 한 사장은 2010년 그룹 정기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해 김 회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게 된다. 특히 동부제철은 전기로 가동후 영업이익 흑자 및 분기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반면 이 사장은 동부제철의 비주력사업인 선재사업 부문을 맡으며 별도 회사로 독립할 것이라는 소문만 무성했다.

결국 동부제철은 선재사업부문을 독립시키기로 결정하고 2011년 1월 1일 동부특수강을 출범시켰으며, 이 사장은 동부제철을 떠나 새롭게 출발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한 부회장 체제가 흔들릴 것이라는 분위기는 포착되지 않았지만, 불과 두달여 만에 상황은 완전히 뒤집혀 한 부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이 사장은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해 동부제철에 금의환향한다.

여러 가지 추측을 낳고 있으나 가장 큰 이유는 동부제철의 수익이 크게 악화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동부제철은 전기로 가동후 매출 확대를 위해 강력한 영업정책을 펼쳤다.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일선 대리점에 경쟁사보다 더 많은 할인율을 제공함으로써 매출은 늘었으나 이익률은 그만큼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원료가 상승이 급격히, 장기간 진행되면서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전기로 가동 1년여만에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후발주자이면서 업계에서 가장 먼저 대리점들에 대한 제품 물량 할인을 폐지하고 가격도 올렸으나 시장이 악화된 상황에서 좀처럼 회복이 안됐다.

업계에서는 ‘엔지니어’ 출신의 한 부회장의 마케팅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결국 김 회장이 한 부회장 대신 ‘마케터’ 전문인 이 사장을 다시 발탁한 것이 아니냐고 추정하고 있다. CEO는 결국 실적으로 능력을 보여주는 것임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아직 한 부회장의 거취는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완전히 동부그룹을 떠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 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난 CEO나 임원도 수시로 재발탁해왔기 때문에 당장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끝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사장도 그러한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그 어느 때보다 잘 살리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두 사람의 경쟁관계는 아직 진행형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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