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4세들의 엇갈린 행보
경영수업-구광모 LG전자 과장, 뉴저지 법인서 기획 등 업무
벤처투자-숨겨진 얼굴 구형모, 지흥·동양센서 등 지분인수
특히 구 부회장이 지난해 말 LG상사에서 LG전자로 부임하면서 형모군의 IT벤처기업의 투자가 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구 부회장은 구본무 회장의 친동생으로 광모군과 형모군은 사촌간이다.
22일 LG그룹에 따르면 계열사인 지흥이 자본잠식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20억 원의 유상증자를 지난 11일 단행했다. 2009년 말 기준 총자산은 212억원인데 반해 총부채가 256억 원으로 -44억원 완전자본잠식이 된 이후 운영자금에 어려움을 겪은 끝에 주주배정 증자를 실시한 것이다. 지흥은 2008년 LG가(家) 4세인 형모군이 설립한 개인회사로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의 제조 및 판매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도 형모군이 20억원 전액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모군은 지난 1월에도 공동 2대주주인 서보원·민원씨의 각각 4.5%(1만주)를 추가로 사들여 지흥 지분100%(22만주)를 전량 개인소유로 만들었다. 인수가격은 1억원으로 3년간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기업가치 하락으로 인해 헐값에 지분을 사들일 수 있었다. 지흥은 설립 첫해부터 51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2009년에 4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이 회사의 송원형 이사는 “20억 원을 통해 일단 숨통은 트였지만 경영개선을 위해선 연말까지 상용화될 코팅기술의 개발완료까지는 경영상 어려움은 이어질 것 같다”고 밝혔다. 코팅기술 자체가 기술 장벽이 높아 시장진입이 쉽지는 않지만, 일단 개발이 완료되면 안정적이며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지흥은 지난해 2월 40억 원을 들여 코팅기계를 구입하는 등 R&D투자를 진행해오고 있고, 관련인력도 8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개발이 완료되고 본격적인 제품이 생산되는 내년이 되면 지흥의 실적 개선이 크게 두드려질 것으로 보여 100% 지분을 보유한 형모군의 투자수익도 기대해 볼만 하다.
형모군은 지난해 말에도 지흥을 통해 산업용 온도센서제조업체은 동양센서 지분 19%를 3억원 가량 사들였다. 지흥이 자본잠식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벤처기업에 지분을 투자한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동양센서는 하반기부터 디젤자동차용 센서를 시장에 내놓을 계획인데, 매연을 획기적으로 저감시켜주는 장치로 EU에선 장착이 의무화돼있다. 국내에서도 조만간 의무화 될 가능성이 높고 해외시장을 겨냥해 성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동양센서는 향후 2-3년 내에 상장을 목표로 준비를 하고 있어 여러모로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회사가 설립된 지 20년이 넘고 향후 자동차용 센서가 개발이 완료되면 상장을 위한 준비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형모군이 벤처투자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구본무 회장의 양자인 광모군은 경영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2005년 잠시 LG화학 재정부분에 임시직으로 있다가 이듬해 LG전자 재정부문 대리로 입사한 이후 곧바로 휴직, 2007년부터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MBA 과정에 들어가 지난해 학업을 마쳤다.
이후 LG전자 과장으로 복직한 뒤 현재 LG전자 뉴저지법인에서 근무 중이다. 뉴저지법인은 휴대전화를 제외한 북미시장의 모든 제품을 총괄하는 곳으로 경영기획, 마케팅 등 업무 영역이 넓어 경영수업 받기 적합한 곳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LG그룹은 지난해 말 인근 3만3000여평의 부지를 추가로 매입해 북미지역 헤드쿼터로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해외법인 가운데 위상이 크게 높아진 상태다. 구광모 과장이 LG전자의 주요 판매 및 생산법인이 밀집되어 있는 북미지역을 총괄하는 본부에서 합류한 만큼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쌓고 있는 셈이다.
구 과장은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의 지분 4.72%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구본무 회장(10.68%), 구본준 LG전자 부회장(7.63%),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5.03%)에 이은 4대 주주다. 친아버지인 구본능 회장의 지분을 합하면 구본무 회장의 지분과 큰 차이가 없다.
올해로 34살로 아직 젊은 나이라는 점 때문에 재계에선 LG그룹의 경영권이 구본무→구본준→구광모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하지만 일각에선 형모군의 급부상으로 인한 변수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형모군은 ㈜LG(82만8857주·0.48%)와 LG상사(16만9427주·0.44%) 주식을 보유해 사촌인 구광모 과장에 비하면 초라하다.
하지만 구 과장이 비상장사인 희성전자의 지분 15%를 허정수(GS네오텍 회장 10%)·허광수(삼양인터내셔날 회장 5%)에게 매각해 ㈜LG의 지분을 사들였다는 점을 비춰볼 때 형모군도 지흥과 동양센서 등 비상장사 성장여부에 따라 추가지분을 마련한 여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흥 설립 당시 21살에 불과했던 형모군이 학생신분으로 벤처기업을 설립하고 이후 적자를 지속해 경영상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추가 지분확보는 물론 ‘개인’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115억원을 5%대의 저금리로 빌려 회사를 유지해왔던 점으로 볼 때 형모군의 자금 동원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동양센서의 지분 확보, 유상증자 등도 부친인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에 부임하면서 이뤄졌던 점도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이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종만 사장은 LG상사 상무 출신으로 구본준 부회장도 지난해 LG전자로 이직하지 전까지 LG상사에서 몸을 담고 있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향후 그룹 차원의 지원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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