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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과거와 미래..민중은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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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경 기자] 튀니지의 '재스민혁명'에서 촉발된 이집트 반독재민주화운동이 시위 18일만에 결실을 맺었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11일(이하 현지시간) 사임했고, 정권을 이양받은 군부는 대선과 총선을 안전하게 치러 민간정부가 탄생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이집트 봉기를 보면 이집트 군부와 미국의 오랜 동맹에 맞선 이집트 민중의 힘에 새삼 놀라게 된다.
이집트는 지난 1952년 군사쿠데타로 입헌군주제가 무너진 뒤 지난 60년 간 4명의 군출신 인사들이 독재를 시행해 왔다. 독재세력을 비호해 온 군부 뒤에는 연간 경제원조의 여섯배에 달하는 군사원조를 지원해 온 미국이 있었다.

미국은 아랍권, 남미 등 이른바 '제3세계' 대외정책에서 '민주주의 옹호' 대신 '친미정권의 안정'을 택해, 지난 30년 간 독재자 무바라크에게 대규모 군사원조를 안기며 굳센 동맹의 자리를 지켰다.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이집트에 친서방, 친이스라엘 우호정권을 유지하는 대가로 미국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포기했다. 수십년 간 긴급조치법과 군사법정이 유지되고 관치선거가 자행되며 반정부 인사들이 부지기수로 불법 감금되고 고문당하는 이집트의 현실에 눈감았다.
미국의 이율배반적 대외정책은 이미 1980년대 이란-콘트라스캔들로도 폭로된 바 있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이란에 불법 무기판매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혁명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우익 게릴라 단체인 콘트라 반군을 지원했다. 국제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이란의 핵개발을 부추긴 것은 8할이 미국'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집트 민중의 이번 봉기는 그런 군부와 미국을 무릎 꿇렸다. 이집트 사태를 놓고 '안정'과 '대세'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미국 정부도 흐름을 바꿔놓지 못했다.

물론 이집트 민주화의 앞날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시민들은 사실상 부패·억압 정권 창출의 주체였던 군부가 하루아침에 민주화와 민간정권 창출을 보장하는 세력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 오마르 슐레이만 부통령 등 친미 군부인사가 집권하거나 또다른 군부 쿠데타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이미 역사의 주체로 나선 이집트 민중의 역동성은 미래 이집트를 끌고 갈 동력이 될 것이다.

지난 18일과 19일 상인과 실업자 등 세명의 분신으로 촉발된 이번 시위 도중 3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군·경을 동원한 폭력진압은 시위를 가라앉힌 게 아니라 더욱 타오르게 했다. '무바라크 즉각 퇴진'만 빼고 개혁을 논의하자던 정부의 제안은 미국의 환영을 받았으나 이집트 민중은 시위를 멈추기보다 총파업을 선택했다. 수도 카이로를 벗어나 전국 곳곳, 도시뿐 아니라 농촌으로 시위는 들불처럼 번져갔다.

독재를 끝내고 민주정권을 세우자는 이들의 요구는 선명했고, 끝까지 버티던 무바라크와 그 비호세력도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이집트에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되고 민간정권이 들어서기까지 난관이 많을 것이고, 그것을 지켜나가기는 더욱 힘들 것이다. 그때마다 이번 민중 봉기의 경험은 이집트의 역사적 자산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1987년의 경험이 그러했던 것처럼.




김민경 기자 sky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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