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이재용·정의선 재계 2, 3세 영어 실력·국제 감각 탁월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Thank you John, and Thank you Ladies And Gentlemen.(감사합니다, 존. 고맙습니다, 여러분)"
존 크라프칙 현대차미국법인(HMA) 사장으로부터 무대를 넘겨받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주위를 둘러보며 짐짓 여유롭게 인사를 건넸다. 객석에서는 일제히 스포트라이트가 터졌다. 감색 양복에 청색 타이를 맨 정 부회장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했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500여명의 참석자들은 정 부회장의 손짓과 몸짓 하나하나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5분50초간의 프리젠테이션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왔다. MSNBC는 "현대차가 '진보된 현대차'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며 정 부회장의 노련한 프리젠테이션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정 부회장은 현대차를 세계적 기업으로 이끌어갈 젊은 리더로서 여유롭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따지고 보면 수많은 청중 앞에서도 당당한 모습,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피력할 수 있는 유창한 영어 실력, 그리고 세계적 인사들과 교류하는 에티켓은 재계의 젊은 리더들에겐 공통된 코드다.
폐막식 단상의 한 가운데 앉은 최 회장의 당당함은 SK그룹의 수장을 뛰어넘어 글로벌 리더임을 확인하는 또 다른 발견이었다. 비즈니스 서밋 행사 기간 중에도 그는 외국 CEO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는 등 인적 네트워크를 확대하는데 큰 성과를 거뒀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도 글로벌 무대에서 이미 상당한 명성을 쌓고 있다.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의 대외 행사에 꼬박꼬박 참여해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들과 교류를 확대하는 한편, CES(소비자 가전쇼) 등 주요 행사에서는 마케팅을 진두지휘한다.
지난 해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에는 글로벌 기업 경영진과의 만남도 부쩍 늘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사장은 영어 실력 뿐만 아니라 국제적 감각이 뛰어나다"면서 "그같은 재능이 폭넓은 인맥을 구축해가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2, 3세들의 글로벌 역량이 강화된 데는 외국에서 공부하는 등 일찌감치 글로벌 감각을 키운 덕분이다. 이재용 사장은 일본 게이오대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최태원 회장은 시카고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도 미 샌프란시스코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후계자들은 어려서부터 외국어를 배우고 외국 문화를 접하는 등 글로벌 환경에서 성장해왔다"면서 "재계 2, 3세들의 이같은 재능이 경영과 접목되면서 부친들과는 또 다른 형태의 글로벌 공격 경영으로 발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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