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양의지(두산)는 따뜻한 겨울을 마다했다. 오히려 혹독한 훈련을 자처했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내년 주전 포수 경쟁 역시 치열하다는 것을.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레이스. 양의지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올해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렸다. 주전 포수 마스크를 쟁취했고 빼어난 타격까지 과시했다. 그래서 당당히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프로 입단 5년 만에 거둔 결실. 프로야구 최저치(2400만원)에 사인하던 관례는 올해로 종지부를 찍었다. 연봉 대폭 상승이 예상된다.
“여느 겨울과 차이가 없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혹독하게 훈련할 생각이다.”
긴장의 끈을 조일 수밖에 없다. 올해 꿰찬 안방마님 자리를 언제 내 줄지 모른다. 선배 용덕한은 포스트시즌 맹활약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상무서 갓 제대한 김재환도 기량이 급성장했다 평가받는다.
그래서 그는 2011년을 재도약의 해로 삼았다. 가장 먼저 시도한 건 체중 감량. 가볍고 날렵해져야 보다 민첩한 포수가 될 수 있다 판단했다. 양의지는 “뚱뚱한 포수는 옛말”이라며 “올 시즌을 통해 공수 모두서 좀 더 빨라져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를 절실히 실감한 건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였다. 두산은 2승 3패를 기록, 삼성에 한국시리즈 행 티켓을 내줬다. 양의지는 “내가 부족해서 진 것”이라며 “만회를 위해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은 건 아니다. 그는 그간 탄탄한 내공을 쌓았다. 2006년 두산 입단 뒤 양의지는 줄곧 2군에 머물렀다. 홍성흔(롯데), 김진수(상무 코치), 강인권(두산 코치), 용덕한 등 빼어난 선배 포수들이 건재했던 까닭이다. 그는 일찍 군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고 2008년 경찰청에 입대했다.
2년의 복무 기간 동안 양의지는 자신감이라는 소득을 얻었다. 그는 “유승안 감독이 기회를 많이 준 덕에 경기 출전이 늘어났다”며 “그 덕에 기량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이는 제대 뒤 상승세의 주 원동력이 됐다. 양의지는 “입대 전과 달리 의욕적으로 훈련에 임할 수 있었다”며 “그런 모습에 김경문 감독이 합격점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올해 첫 선발로 출전한 3월 30일 목동 넥센전에서 선제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더 이상 주전 포수는 꿈이 아니었다.
그 뒤로도 양의지는 연일 맹타를 휘둘렀다. 올 시즌 기록은 타율 2할6푼7리, 20홈런, 68타점. 그는 “선배들 못지않게 칠 수 있다는 긍정 덕에 타격이 잘 됐다”며 “늘 타석에 서기 전 ‘후회 없이 치자’고 마음먹은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자신감은 수비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양의지는 “선배 투수들을 리드하는 게 처음에는 어색했다”면서도 “사전 의견 조율서 내 의견을 존중해 준 덕에 편하게 포수 마스크를 쓸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화려하게 만발한 2010시즌. 자만은 없다. 노력만 있을 뿐이다. 양의지는 잘 알고 있다. 신인왕 타이틀이 창창한 미래까지 약속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그는 여전히 자신을 ‘평범한 포수’라고 소개한다. 그리고는 말한다.
“나만의 색깔을 가진 포수가 성장하고 싶다. 강민호(롯데)와 같은 패기로 무장해 돌아오겠다.”
겨울잠마저 마다한 양의지가 내년 어떤 색깔로 두산의 안방을 책임질 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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