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질문을 금융통화위원회에 전달하겠다"
8일 오전 7시(현지시각). 워싱턴 페어몬트 호텔에서 만난 김중수 한은 총재에게 물가 전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어머니께서 물으시더라구요. 배춧값 언제 떨어지는지." "1년 전과 비교해 3.6% 오른 건 낮은 수준으로 보긴 어렵지 않을까요." "앞으로 더 오를까요, 일시적인 현상인가요?"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물가 안정인데 한은은 지금 뭘 하고 있느냐는 정서도 있을 수 있어요."
질문 공세에 김 총재는 원론으로 맞섰다. 그는 "모든 결정은 한은 금통위에서 한다"며 입장을 유보하면서 "금통위원들이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는데 경제란 워낙 다이나믹하게 변해 변화 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하지 않으면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어렵다"고 했다. 김 총재는 이어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주기를 당겨 매월 금통위를 여는 것도 그때 그때 (적확한)판단을 내리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이 일시적일지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미뤘다. 그는 "다음달 전망치를 가지고 있는데 (물가 상승폭이 현재와 같이 높을지) 일시적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현 상황을 계절 요인에 따른 특이현상으로 규정해 곧 해소될 것으로 보는 기획재정부와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난다.
김 총재는 마지막으로 '물가 폭등세 속 한은은 뭘 하고 있느냐는 정서도 있을 수 있다'는 따끔한 질문에 "금통위 책임하에서 문제를 잘 풀 것"이라며 "그 질문을 금통위에 전하겠다"고 답했다.
김 총재는 한편 '지난 달 금리를 올릴 듯한 신호를 주다 동결해 시장의 비판이 일었다'는 지적에 "금리를 결정하는 과정에는 프리시전(precision·정확성)과 컨디셔널리티(conditionality·주어진 상황)이 있다"며 "시장과의 소통에선 이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해야 해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울러 '금리 동결에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영향을 준 것이냐'고 묻자 "금리가 특정 정책에 의해 결정되지는 않는다"며 부인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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