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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창조형 사회'로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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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도 모방형에서 벗어나 세계를 선도하는 창조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우리가 언제까지나 선진국을 학습하고 흉내만 내고 있을 수는 없다. 사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흉내 낼 것도 없고, 단순한 모방으로는 더 이상의발전도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창조형으로의 도약이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심각한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현실이 그 증거다.

창조형 사회로 가는 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이라는 수식어를 남발하면서 남의 도움을 구걸해서 될 일도 아니다. 한편으로는 창조형 사회를 들먹이면서 실제로는 '히딩크 환상'에 젖어 무작정 남의 나라 노벨상 수상자나 퇴직 과학자를 데려오려고 안달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자기모순이다. 사실 우리를 창조형으로 만들어줄 지혜나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다. 이미 우리는 오래 전에 그런 규모와 수준을 넘어서 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것을 우리 스스로 해낼 수밖에 없다. 도약에 필요한 인재를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길러내야 하고, 제도도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다듬어야 한다. 그것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고,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해도 피할수 없는 현실이다. 남이 길러놓은 인재를 데려오고, 남의 제도를 흉내 내서는 진정한 의미의 창조형 사회를 만들 수는 없다.

우선 우리가 원하는 창조형 사회의 모습부터 구체화 시켜야 한다. 정체불명의 대학과 연구소 평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세계적 수준'의 대학과 연구소를 만든다고 창조형 사회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다고 창조형 사회가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도 노벨 평화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는 무려 69개국에 이른다. 진정한 창조형 사회는 화려한 겉모습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의 생각을 기본으로 돌려야 한다. 진정한 창조적 사회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샘솟고, 그런 아이디어들이 자유롭게 섞이고 교환될 수 있는 사회를 말한다. 기존의 질서에 의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억압되고,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확산이 제한을 받는 사회는 창조적 사회로 도약할 수가 없다. 불합리한 전통과 경직된 관료가 압도하는 사회는 도약은커녕 심각한 퇴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영국의 융합형 과학저술가 매트 리들리가 최근 펴낸 '이성적 낙관주의자'에서 밝혀낸 완전히 새로운 주장이다.
리들리의 교훈은 명쾌하다. 과학자가 신뢰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핵심이다. 현대는 과학기술 시대이고, 사회발전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어쩔 수 없이 과학자의 머리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 과학자들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그런 아이디어들이 자유롭게 확산되고 교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래야만 진정한 의미의 창조적 사회로 도약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출연연 개편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가 과학기술 투자를 총괄ㆍ조정하는 컨트롤타워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과학기술계의 일관된 요구다. 과학기술부의 부활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정도 충분히 고려된 합리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정부가 그런 민간위원회의 합리적인 제안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과학기술계에서는 아무도 원치 않는 출연연을 부처 소속형으로 개편할 모양이다. 이유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단순하다.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폐지했던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출연연의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과학기술계에 대한 근거없는 불신을 바탕으로 출연연을 마구 헤집어놓는다면

진정한 창조형 사회로의 도약은 불가능하다. 진정한 창조적 사회를 위해 정부가 과학자를 신뢰한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교수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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