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2009년 8월28일 샌디에이고 인근의 125번 고속도로에서 비번이었던 캘리포니아주 고속도로 순찰대원 마크 세일러가 몰던 렉서스 ES350이 시속 160㎞가 넘는 속도로 달리던 중 교통사고를 일으켜 차에 타고 있던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도요타 자동차는 가속페달이 운전석 매트의 끝에 끼이는 문제 때문이라고 주장하다가 그 후 가속페달을 밟았다가 발을 뗐을 때 빨리 원위치로 복귀하지 않는 문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 후 미국에서는 도요타를 상대로 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줄을 잇고 있고, 미국 남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검찰이 12일 (현지시간) 차량 결함 증거를 은폐했다며 도요타자동차의 부정 사업행위에 대해 건당 2500달러를 물리는 소비자보호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급발진 관련 소비자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11일 조문환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된 한국소비자보호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자동차 급발진 관련 소비자 피해 민원은 총 81건이었다. 이 중 현대차 33건, 기아차 24건, 르노삼성 11건, 쌍용차 4건, GM대우 2건, 벤츠코리아 2건, 기타 5건이었다고 한다. 차종별로는 현대차의 'NF쏘나타'와 르노삼성의 'SM5'가 각각 6건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차 '제네시스'와 기아차 '모닝'은 각각 4건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이들 사고는 국산차ㆍ수입차, 중대형차ㆍ소형차 그리고 신차ㆍ노후차등 차종과 연식에 관계없이 발생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자동차 제작사들은 자동차 급발진 관련 사고에 대해 그것은 다만 운전자의 과실에 의한 사고일 뿐 '자동차 급발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만을 되풀이해왔다. 급발진 사고를 목격한 많은 사람들이 차가 갑자기 제어되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움직였다고 증언하고 CCTV 등에 정상적이지 않은 사고 차의 움직임이 포착된 경우에도 자동차 회사나 판매사들은 여전히 혹 있을 자동차 결함 가능성마저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자동차 전문가들은 전자식으로 제어되는 자동차의 시스템 특징상 전자파나 전자제어장치 결함에 의한 급발진 사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고, 사후에 사고 자동차를 조사하더라도 미세하지만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미국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급발진 조사에 나서야 한다. 국회는 전문가들로 이뤄진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자동차 급발진의 사례를 대대적으로 취합하고 관계자들의 공청회를 여는 등의 방법을 통해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관계당국으로 하여금 급발진 의심 차종에 대한 사고원인 조사 및 분석 강제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하고, 필요하다면 가칭 '자동차급발진특별법'을 제정해 자동차 제조사나 판매사가 자동차 급발진이 운전자의 실수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소비자들에게 피해보상을 하도록 하는 등 자동차 소비자들의 피해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
어쩌면 그것이 자동차 소비자는 물론 도요타 사태를 남의 일로만 여길 수 없는 국내 자동차 회사들을 살리는 지름길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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