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유연성이 경쟁력이다
실업률·고용률 동시에 낮은 불균형 구조
비정규직 문제 놓고 대립 되풀이 악순환
업종별 시간제근로 등 탄력적 적용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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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비정규직 문제가 재차 이슈화되면서 한국의 폐쇄적인 노동시장 시스템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해당 근로 종사자들을 대량 실직으로 내몰고 있는 가운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하위권에 맴돌고 있는 고용불균형 구조를 체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장치 마련에 정·재계 모두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다수 외국인투자가들은 한국 경제의 위기관리 능력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도 노동시장의 후진성을 이유로 자본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윌리엄 오벌린 보잉코리아 사장은 "한국의 불편한 노사관계와 전근대적인 노동시장 구조가 외국자본 유입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외국계 기업인들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정치권, 재계, 노동계는 저마다의 논리를 내세우며 비정규직법 개정을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 주요 정부가 각고의 시행착오 끝에 정착시킨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과정을 반면교사로 삼아 다양한 근로형태를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재계의 주장이 현실타당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퇴보하는 인력운용시스템,, 국가경쟁력 저하
OECD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한국의 실업률은 3.3%로 조사대상 30개국 가운데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덴마크 등에 이어 5위에 올라있다. 상위국 대부분 최고 수준의 사회보장장치 속에 사실상 '완전 고용'을 유지함을 감안할 때 고무적인 수치다.
그러나 실업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고용률은 63.8%로 조사대상국 가운데 22위에 머물렀다. 실업률과 고용률이 동시에 낮은 기형적 구조인데 이는 취업을 하지 않고 노는 인구가 많은 것을 의미하며, 사회적으로 범위를 확장하면 취업포기자를 양산하는 폐쇄적인 노동시장의 결과물로 분석되고 있다.
같은 기간 경제활동 참가율이 한국 보다 낮은 국가는 폴란드, 이탈리아, 멕시코, 헝가리, 터키 등에 불과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도 기업들이 경기상황에 맞게 노동력 볼륨을 조절하지 못하는 폐쇄적인 구조에서 원인을 찾아야한다"며 "이러한 인력운용시스템은 회사에서 한번 퇴출되면 재취업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으로 이어져 노조의 고용 유지 주장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도 지난 7월 제주 하계포럼을 통해 강성노조의 폭력성에 대해 우려감을 표시하면서도 유연한 노동시장으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비정규직법안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블루컬러의 경우 회사간 인력대체 등 유연한 노동시장과 거리가 먼 시스템을 고집하다보니 경영상황에 따라 고용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사측과 대립을 세울 수 밖에 없다"며 "지금의 인력운용시스템으로는 제2의 쌍용차가 언제든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노동시장 유연성, 시장원리 따라야
재계에서는 노동시장에도 시장원리가 철저히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경련은 향후 노동정책 방향에 대해 노동시장 전체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보면서 ▲기업의 자유로운 고용과 해고 ▲근로형태 다양화 ▲임금 유연화 ▲노사관계 관행 개선 등을 방법론으로 제시하고 있다.
재계는 기업의 자율적인 고용과 해고가 결국 고용 증가라는 과실로 이어진다는 입장이다. 고용조정과 관련된 비용이 감소하면 기업의 노동수요가 증가하고, 기업의 인력채용 비용이 낮아져 생산제품의 경쟁력 향상→이윤 확대→투자 증가→고용 증가의 구조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근로 형태를 다양하게 만들어주는 방안도 선진 노동시장이 이미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시간제 근로, 한시적 근로, 비전형 근로 등 다양한 근로 형태를 필요로 하는 업종이 늘어나고 있고, 이런 분야에서 비정규직 고용이 인력의 수요공급상 당연한 상황. 그런데도 이들을 모두 상시 근로자로 채용해야 한다면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마음놓고 채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게 재계의 논리다.
전경련은 "레저 관광서비스업 등은 계절에 따라 인력수요가 급변하고, 프로젝트별로 인력을 일정 기간만 사용해야 하는 업종도 늘고 있다"며 "음식점을 예로 들어도 식당은 점심·저녁시간에 손님이 몰리기 때문에 이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인력을 투입하는 게 맞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근로가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임금이 유연해질 경우 현재 지나치게 높은 정규직 임금이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기업의 채용 규모가 증가하고, 불경기에 임금의 하향조정이 가능해지면 해고보다 임금조정으로 고용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고용이 증가한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호봉제, 연공급 성격이 강하고 노조와 단체협상을 통해 결정되는 경직적인 우리나라 임금체계가 고용조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이를 연봉제 등 생산성에 상응하는 임금체계로 바꿀 경우 기업이 종업원에 대한 임금을 차별화하면서 고용을 유지·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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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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