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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전망] 연금술사와 주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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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만 갖고 현실 외면할 수 없는 법..냉혹한 현실 잊지 말아야

산티아고라는 한 청년이 행복의 비밀을 깨닫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현자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이 모인 현자의 집 식탁위에는 산해진미가 가득하고 아름다운 정원도 갖추고 있었다. 현자에게 행복의 비밀에 대해 묻자 현자는 기름 두 방울이 담긴 찻숟가락을 건네며 "지금은 바쁘니 집을 둘러보고 오라. 대신 이 숟가락의 기름을 한방울도 흘려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산티아고는 집을 둘러보면서도 기름이 담긴 숟가락에서 눈을 떼지를 못한다.

다시 현자에게 찾아가니 현자는 "내 집의 아름다운 양탄자를 보았소, 서재의 고귀한 책들을 보았소, 정원에 핀 아름다운 꽃들은 어떻소"라고 묻지만, 산티아고는 기름을 흘릴까봐 아무것도 보지 못했노라 솔직히 답한다. 현자는 다시 집을 둘러보고 오라고 산티아고를 보내고, 산티아고는 화려한 집 구경에 정신을 팔리다 결국 숟가락 위의 기름을 모두 흘리고 만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나오는 이야기다.
화려한 집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숟가락 위의 기름은 현실을 이야기한다. 현실만 바라보면 세상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인생을 즐길 수 없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외면하며 세상의 아름다움만 볼 수도 없는 것이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숟가락 위의 기름을 잊지 않는게 행복의 비밀이라는 게 이 이야기의 줄거리다.

'연금술사'와 주식시장을 비유하는 것은 너무 거창한 일일까. 하지만 최근의 증시를 보면 이 이야기가 문득 문득 떠오른다.
화려한 집을 둘러보면서 기름도 흘리지 않는 것이 정답이지만, 이 과정에서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 투자자들 역시 망설이는 모습이 눈에 띈다.

뉴욕증시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등장했다.
전날 코스피 지수가 연고점을 새로 쓰며 강한 반등을 보인 것은 미 주택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한 몫했다.
하지만 지난 새벽 뉴욕증시에서는 주택경기의 냉혹한 현실을 알려주는 지표가 발표됐고,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기대감을 붙잡아야 할지, 냉혹한 현실로 눈을 돌려야 할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며 혼조세로 장을 마감했다.
기대감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가끔씩 현실을 일깨워주는 지표에 혼란스러운 듯 하다.

물론 투자자들은 기대감에 표를 던지고 있다. 그리 큰 의미가 없지만 기대감을 주는 지표에는 폭등으로 반응하고, 냉혹한 현실에 대해서는 살짝 되밀리는 반응을 보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 역시 지난해 9월 이래 처음으로 30선 아래로 내려갔다는 사실도 그만큼 시장의 심리가 안정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실이 기대감을 메꾸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언젠가는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냉혹한 현실은 미국의 저축률에서도 알 수 있다. 미국은 제로 금리 하에서 최근 저축률이 4% 급등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시적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저축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막상 국민들은 소비는 뒷전이고 일단 저축만 하고 본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체감경기가 위축돼있다는 이야기도 되고, 소비가 늘지 않는 만큼 기업들의 실적 역시 여전히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된다.



코스피는 어느새 연고점을 넘어서며 1430선을 향해 가고 있다.
주식시장은 빠르게 V자형 회복을 그리고 있는데 과연 현실은 U자형 회복일지 아니면 L자형 회복일지 아직 확인이 되질 않는다.
주식시장은 기대감을 먹고 산다고 하지만, 언제까지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는 법이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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