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측 "거래소 완전한 사기업.. 법적근거 묻겠다"
정부 "독점시장 방만경영... 철저한 감사 필요"
증권업계 "관치금융 부활.. 전세계 유래 없어"
"정부가 전혀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 완전한 민간 주식회사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는 것은 우리나라 헌법에서 지정한 민간인인 거래소 주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다."
정부의 증권선물거래소 공공기관 지정 추진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헌법 위반 여부가 막판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증권선물거래소측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현행법을 대상으로 위헌여부를 가리는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정부,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 추진=8일 기획재정부와 증권선물거래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설 이전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신규지정하는 방안을 확정키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정 여부는 검토 중인 사안"이라며 "공공기관운영위에서 주무부처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거래소가 사업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데다 감사원이 방만 경영 감시를 위해 공공기관 지정을 권유해 온 점을 들어 지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측의 논리는 거래소가 사실상 공공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으나 독점적 시장에서 방만한 경영을 일삼고 있어 감사원 등으로부터 더욱 철저한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거래소 "위헌 소송도 불사하겠다"=이런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거래소 측은 정면 대응할 태세다. 헌법에 위반한다는 게 그 논리의 핵심이다.
거래소 고위관계자는 "거래소는 정부 지원이 없는 주식회사이자 민간기업이다"라며 "이런 사기업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는 것은 헌법 제126조를 정면에서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법에서는 국방상 등의 긴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가가 통제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거래소 측은 "공공기관이 되면 주주가 갖고 있는 임원 선임권, 자율성을 침해하게 되며 법무 검토 결과도 헌법 침해로 나왔다"면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검토 중이며 법무대리인을 준비, 지정될 경우 위헌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증권업계 "20년 전으로 돌아간 듯"=거래소는 지난 1988년 3월1일부로 완전 민영화된 사기업이다. 정부 지분은 전혀 없다.
세계적으로 OECD 가입국 중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슬로바키아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정부의 경영 관여 사례가 전무하다. 쉽게 말해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특이한 조치인 셈이다.
지난해 우리 증시가 영국 FTSE 선진국지수 편입이 결정됐다. 정부의 지정 논란이 거론되자 FTSE 측에서도 공기업 지정과 관련 문의를 해올 정도로 해외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계가 20년 전으로 되돌아가 '관치금융'이 부활하는 것만 같다"며 "한쪽에서는 공기업을 민영화한다고 난리인데, 거래소는 반대로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겠다는 건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와국인은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을 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로 여기고 있다"며 "외국인의 한국 증시 참여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황상욱 기자 oo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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