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이주의 전시는 전국 각지의 전시 중 한 주간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전시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문민순, 시간의 숨 (Souffle du temps), 2022-2026. 영은미술관

문민순, 시간의 숨 (Souffle du temps), 2022-2026. 영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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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순 개인전 '사라짐 너머의 : 스며든 흔적'

영은미술관은 2026 영은 아티스트 프로젝트의 하나로 13기 입주작가 문민순의 개인전 '사라짐 너머의 : 스며든 흔적'을 진행한다.


문민순은 흙의 표면을 반복적으로 문지르고 연마한 뒤, 톱밥을 채운 가마에서 연기를 피워 기물에 흔적을 남긴다. 수일간 이어지는 불완전 연소 과정에서 연기는 흙의 미세한 기공 사이로 스며들고, 검은빛과 회색의 층위가 작품의 표면을 이룬다. 작가가 통제할 수 없는 불과 연기의 움직임이 그대로 작품의 무늬가 되는 셈이다.

문민순_사라짐 너머의 - 스며든 흔적展_전경사진. 영은미술관

문민순_사라짐 너머의 - 스며든 흔적展_전경사진. 영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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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30여 년간 흙과 불, 연기의 관계를 탐구해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조명한다. '그림자의 숨', '숨의 시간', '시간의 숨' 등 도자와 토기 작업은 사라지는 것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표면에 스며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흰 벽에 놓인 검은 토기 조각들은 크기를 키워 존재감을 과시하기보다, 낮은 숨처럼 공간에 스며든다. 벽에 걸린 작은 덩어리와 바닥 가까이 놓인 기물들은 조각과 도자, 설치의 경계를 흐리며 전시장을 하나의 고요한 풍경으로 만든다. 표면의 검은 흔적은 그려진 색이 아니라 불완전 연소의 시간 끝에 남은 결과다. 그래서 작품은 완성된 형태보다, 어떤 것이 지나간 뒤 남은 기척에 더 가깝다.

작가의 조형 언어는 유년 시절 마주한 콘크리트 건물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보호와 두려움을 동시에 안겼던 건축적 감각은 기둥과 원형, 길쭉한 구조물로 옮겨졌다. 전시는 현존과 부재, 채움과 비움, 응축과 흩어짐 사이에 놓인 흔적을 따라가게 한다. 사라짐은 끝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남는 일이라는 듯하다. 전시는 24일까지, 경기도 광주시 청석로 영은미술관.


How Far Can It Grow, 2026, Oil on Canvas, 53.3x45.5cm. 누크갤러리

How Far Can It Grow, 2026, Oil on Canvas, 53.3x45.5cm. 누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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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개인전 '그 안에는 경계가 없다 Boundless'

누크갤러리는 김미영 개인전 '그 안에는 경계가 없다 Boundless'를 연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와 설치를 아우르는 신작 20여 점이 소개된다.

김미영은 강렬한 색채와 대담한 붓질로 맛의 부드러움, 공기의 신선함 같은 비물질적 감각을 화면에 옮겨왔다. 최근 작업에서는 캔버스를 오려내거나 양면으로 감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며 회화의 평면성을 해체한다. 물감의 층위와 잘려 나간 여백은 하나의 장면에 머무르지 않고, 관람자의 시선을 공간 안팎으로 이동시킨다.

Folding Wind, 2024, Oil and Ink on Linen, Hand-Cut, Stainless Framed, 53.3x38.2cm. 누크갤러리

Folding Wind, 2024, Oil and Ink on Linen, Hand-Cut, Stainless Framed, 53.3x38.2cm. 누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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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작업에서 작가는 캔버스를 단순한 화면이 아니라 통과 가능한 구조로 다룬다. 잘려 나간 캔버스의 틈, 격자처럼 뚫린 표면, 문을 연상시키는 설치는 그림을 벽에 걸린 사각형에서 벗어나게 한다. 관람자는 화면 앞에 멈춰 서기보다 색과 틈, 앞면과 뒷면 사이를 따라가게 된다. 회화가 공간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공간을 흔드는 장치로 확장되는 지점이다.

전시의 핵심 모티프는 '문'이다. 작가는 캔버스를 다른 차원으로 진입하는 창문이나 게이트로 상정하고, 안과 밖의 에너지가 교차하는 지점을 회화적 공간으로 확장한다. '기운생동'의 감각을 동시대 추상회화와 설치로 번역한 이번 전시는 회화와 공간, 내부와 외부, 앞과 뒤의 구분이 느슨해지는 장면을 보여준다. 전시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누크갤러리.


Untitled, 2026, Mixed media on canvas, 90.9x72.7cm. 갤러리마리

Untitled, 2026, Mixed media on canvas, 90.9x72.7cm. 갤러리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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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례 개인전 '나는 그냥 그린다'

갤러리마리는 김두례 개인전 '나는 그냥 그린다'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색채와 기억, 감각을 탐구해온 작가의 회화 세계를 조명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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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례는 구상에서 출발했지만, 미국에서의 작업을 거치며 보이는 대상을 그리는 방식에서 보이지 않는 감각을 색으로 포착하는 회화로 나아갔다. 화면에는 청·백·적·흑·황의 오방색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전통 색채의 재현이라기보다 작가 개인의 기억과 정서가 스며든 내면의 색에 가깝다.

김두례 개인전 '나는 그냥 그린다' 전시 전경. 갤러리마리

김두례 개인전 '나는 그냥 그린다' 전시 전경. 갤러리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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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걸린 화면들은 선명한 색의 충돌로 먼저 다가온다. 붉은색과 푸른색, 노랑과 초록은 서로를 밀어내면서도 화면 안에서 균형을 찾는다. 거칠게 남은 붓질과 분할된 색면은 정교한 계산보다 몸의 기억에 가까운 리듬을 만든다. 김두례의 추상은 차갑게 정리된 구성이라기보다, 오래 눌러둔 감각이 색의 덩어리로 터져 나오는 쪽에 가깝다.

이번 전시는 당초 아버지 김영태 화백과 딸 김두례 작가가 함께하는 부녀전으로 기획됐으나, 김두례의 개인전으로 먼저 선보이게 됐다. 전시장에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제작된 'Untitled' 연작 등이 걸렸다. 강한 색면과 거친 붓질, 분할된 구성은 "나는 그냥 그린다"는 제목처럼 설명보다 직관에 가까운 회화의 힘을 보여준다. 전시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갤러리마리.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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