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미애 "입양 골든타임 놓친다…현행 제도는 사실상 방임"
공적입양체계 도입 8개월째
국내 입양 새 가정 찾은 아동 '0명'
형식적 절차로 불필요한 시간 지연
턱없이 부족한 인력…입양 절차 지체
애착형성 시기 놓치면 입양 적응 어려워
"입양은 한 아이의 삶을 결정하는 일이다. 지금의 제도는 철저한 게 아니라 사실상 방임이다. 국가가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23년 6월 '국내 입양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통과 이후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5년 7월부터 공적 입양 체계를 도입했다. 그러나 제도 시행 8개월이 지났음에도 이를 통해 새 가정을 찾은 아동은 현재까지 '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은 하루라도 빨리 안전한 가정에서 성장하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형식적 절차를 늘어뜨려 시간을 지체하는 구조는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그는 입양 절차가 과도하게 세분화돼 있다고 봤다. 현재 입양은 신청 이후 범죄경력 조회, 기본교육, 가정환경조사, 자격심의, 결연심의 등을 거쳐 법원 허가에 이르기까지 15개월 이상 소요된다. 김 의원은 "입양 신청과 범죄경력 조회는 동시에 진행할 수 있고 교육은 상시 과정으로, 조사도 1개월이면 가능하다"며 "병행해도 되는 절차를 쪼개 운영하면서 불필요한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골든타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부모와의 애착 형성에 있다. 그는 "36개월 전후는 애착 형성의 결정적 시기인데, 절차가 지연되면 아이는 시설에서 성장하며 인지 능력이 발달하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가정과의 관계 형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특히 한 차례 결연이 무산될 경우 재결연 과정에서 아이의 연령이 높아지면 입양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입양 자녀를 키우고 있는 김 의원은 "15개월이란 시간은 어른에게는 짧을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삶의 방향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절차 단축이 검증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는 엄격한 검증이라기보다 인력과 제도 미비로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법원의 심사와 결연 이후 관리가 있는 만큼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구조 개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인력과 심의 체계의 한계도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입양 자격과 결연을 심의하는 분과위원회는 10명 규모에 그치고, 관련 실무를 맡은 아동권리보장원 인력도 21명에 불과하다. 김 의원은 "이 같은 구조로는 수백 건의 입양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위원회 인원을 확대하고 지역 단위로 업무를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회의 아동정책 접근 방식에 대해서도 "인권을 강조하면서도 현실과 괴리된 '탁상공론'에 머물러 있다"며 "정책은 아동의 이익과 행복을 최우선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에서 보도되는 일부 사례를 전체로 일반화해 예비 양부모를 잠재적 범죄자처럼 보는 사회적 분위기는 문제"라며 "절차 간소화를 둘러싼 논의에 대해서는 맞장 토론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공적입양체계는 단순한 초기 시행착오인가, 아니면 구조적 문제인가?
▲법 통과 이후에 2년이라는 충분한 유예기간이 있었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준비가 안 됐다는 점과 동시에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겉멋'이 든 거다. 전문성과 체계적인 준비도 없으면서 국가가 하겠다고 덜컥 맡아버린 것이다. 아이들을 입양 정책에 따른 실험 대상으로 두면 안 된다. 저도 입법기관으로서 공동의 책임을 느낀다.
-제도의 어떤 부분에서 병목현상이 있는가?
▲현재 입양제도는 1단계부터 9단계까지 나뉘어있고, 마지막 단계인 법원허가 이전까지 모든 절차에서 병목현상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입양신청 이후 2주나 기다릴 필요 없이 동시에 범죄경력조회에 돌입하면 되고, 기본 교육도 교육은 연중 수시 교육으로 전환하면 된다. 현재로선 교육을 월 2회 실시하다 보니 한 달에 20가정 정도밖엔 못 한다. 자격·결연 심의조사를 담당하는 위원회의 인력풀이 턱없이 부족해 심의가 지연되는 것도 문제다.
-바뀐 제도가 오히려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반론도 있다.
▲지금 같은 제도적 장치가 아동의 이익에 보호된다면 그렇게 하겠다. 하지만 전혀 아동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아동의 최선의 이익은 하루빨리 안전한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보호받고 사랑받으며 사는 것이다. 늘어져 있는 제도적 절차를 동시에 빠르게 진행하고, 관련 인력을 늘려 조사와 심의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사안에 '골든타임'을 주장하는 이유가 뭔가?
▲보통 엄마들이 아이를 키울 때 '손을 많이 타는 게 싫다'라고들 한다. 월령이 어릴수록 여러 사람이 키우는 것보다는 엄마와 아이와의 애착 형성이 중요하다는 거다. 학술적으로도 36개월 이전 엄마와의 애착 형성이 정서발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나는 철저하게 아이의 발달과 행복을 기준으로 본다. 아이의 행복에 정책이 맞춰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제도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
-입양 자녀를 둔 부모로서 볼 때, 제도와 현실 사이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입양 현장과 실제 생활을 모르는 사람들이 인권 보호를 외치면서 제도만 두텁게 만드는 걸 볼 때다. 매스컴에서 보도된 입양의 잘못된 사례들을 보면서 일반화시키고, 입양 신청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도 안타깝다. 물론 과거 잘못된 해외입양 사례들을 바로잡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현재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최선의 정책과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문제해결을 위해선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일단 인력의 풀을 늘려야 한다. 특별법상 입양 관련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입양정책위원회는 50인 이내로 정해져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입양 분과운영위원회는 10명 안팎으로 운영된다. 관련 실무를 맡은 아동권리보장원 인력도 20명 남짓에 불과하다. 심의위원회의 풀을 300명으로 늘리고,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인력을 적어도 두 배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까다로운 절차와 심사를 요구하면서도 인력 충원을 해주지 않다는 건 말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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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보지 않는 소외된 문제에 주목하시는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가?
▲내 마음이 시키는 정치를 할 거다. 결국은 '약자와의 동행'이다. 이 동행은 지지 세력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후원금이 들어오는 일도 아니다. 과거 변호사로서 활동할 때도 지금 국회의원으로 '입법 보따리'를 풀면서 살 때도 적용되는 원칙은 하나다. 소외된 계층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들여다보며 사는 것. 그 덕분에 정치도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엄마가 정치를 하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시간을 많이 못 내줘서 미안한 마음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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