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CEO 3연임 금지법 추진…점점 거세지는 '관치' 논란
민간 금융사 CEO 연임 횟수 제한 추진
가이드라인 넘어 법제화 검토…규제 강도 급격히 강화
글로벌 기준 정면 배치…"혁신 싹 자를 수도"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3연임을 법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금융권 안팎에서 '관치 논란'이 거세게 재점화되고 있다. 민간 기업 경영진의 연임 횟수를 정부가 나서 직접 제한하는 사례를 찾기 어렵고, 가이드라인을 넘어 법제화까지 추진될 경우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가이드라인 넘어 법제화 검토…규제 강도 급격히 강화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CEO 연임을 한 차례만 허용해 임기를 최대 6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과 같은 가이드라인에 담는 수준을 넘어, 국회 통과가 필요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법률 개정 형태로 추진하는 방안까지 검토해 규제 강도를 끌어올리려는 상황이다.
이 같은 기조는 당초 당국이 준비하던 개선안보다 한층 강화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3연임 금지는 논의 초기 테이블에 올랐으나 강력한 반대로 제외됐던 사안"이라며 "지난달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미뤄진 이후 3연임 금지 추진이 급부상하면서 전반적인 논의가 강경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CEO 연임 자체를 막기보다 주주총회 의결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췄었다. ▲연임 시 출석 주주의 67%, 3연임 시 75% 찬성을 요구하는 1안 ▲연임과 3연임 모두 67%로 통일하는 2안 ▲3연임에만 67% 요건을 적용하는 3안 등 세 가지 방안이 검토됐다. 이 중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내부적으로 1안은 '찬성률 75%'라는 기준이 지배구조법에 근거가 없다는 점, 3안은 규제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이 각각 지적되면서 2안으로 의견이 모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연임과 3연임 시 현재 과반 찬성 요건보다 문턱을 높여 CEO 견제 장치를 강화하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우리·BNK·신한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최근 주총에서 90% 안팎의 높은 찬성률로 연임에 성공하자, 이런 방식만으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존안+α'로 3연임 자체를 차단하는 카드까지 검토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참호 구축 막아야" vs "글로벌 기준과 정면 배치"
금융당국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금융지주 회장이 자신과 가까운 사외이사들로 '참호'를 구축하고, 이사회가 다시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는 '셀프연임' 구조가 고착화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대 9년에 이르는 장기 집권 과정에서 후계자 육성은 뒷전으로 밀리고, 조직은 경직되며 혁신 동력은 약화된다는 비판이 금융회사 내부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3연임 금지법 추진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냉담하다. 민간 금융회사 CEO의 연임 횟수를 법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 자체에 대한 우려와 반발이 적지 않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CEO 장기 재임이 일반적이고, CEO 임기를 법으로 제한하는 사례도 없다. 이 같은 규제가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경영진의 거취를 주주와 이사회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우리나라만 글로벌 기준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이 정도 수준의 규제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규제가 현실화하면 실적과 경영 능력이 입증된 CEO라도 임기 제한에 걸려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과 같은 장수 CEO가 국내에서는 등장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다이먼 회장은 2006년 취임 이후 약 20년간 회사를 이끌며 글로벌 최대 은행으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다. 또 해외 사업 확장이나 대형 인수·합병(M&A) 과정에서는 장기적인 전략 추진과 신뢰 확보가 중요한데 임기 제한은 경영 판단의 연속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권에서는 글로벌 사업이 통상 7~8년 이상의 장기 사이클을 필요로 하는 만큼, 6년 임기 제한은 구조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전직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이 혁신 동력 약화, 부패 등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지만 연임 횟수를 제한하면 뛰어난 CEO가 장기 비전과 전략을 실현할 기회를 박탈할 위험도 있다"며 "민간 금융의 핵심은 자율성인데, 오히려 혁신의 싹을 자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권 입법 움직임 가속… 국회 통과 여부는 미지수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3연임 금지법'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문제를 '부패한 이너서클'로 규정한 이재명 대통령의 문제의식과 추진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비교섭단체 및 무소속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금융지주 회장 연임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입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조국혁신당 소속 신장식 의원은 지난달 말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1회로 제한하고 총 임기를 6년으로 묶는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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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정부와 정치권이 입법을 추진하더라도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민간 금융회사 경영에 대한 직접 규제라는 점에서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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