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7년 입법공백에…원민경 장관 "부처 간 계속 논의 중"
성평등부, 제1차 성평등 언박싱 토크 개최
"월경, 사적문제 아닌 기본권 문제로 인정"
"성·재생산, 남녀 공동 책임·권리로 다뤄야"
청년의 정신 건강과 임신, 출산 등 성·재생산 건강권에 대한 성별 인식 차이를 줄이는 자리가 마련됐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29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제1차 성평등 언박싱 토크'에 참석했다. 원 장관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청년들의 우울감, 자살 등 정신건강 문제와 성(性)과 재생산 건강권을 포함한 신체 건강의 양상을 전문가·청년 패널과 함께 이야기 나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29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제1차 성별균형 현장 정책제안 성평등 언박싱 토크'에 참석해 청년들과 함께 '청년의 몸과 마음, 성별의 상자열기'를 주제로 대화하고 있다. 성평등부 제공
이 자리에선 2019년 4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간 대체입법이 마련되지 않은 '입법 공백'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점이 지적됐다.
청년 패널로 참석한 김해온 인권활동 퍼실리테이터는 "임신 중지 입법 공백이 지속되는 동안 정보와 자원이 부족한 청년층과 성착취 피해 당사자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보호자의 동의 여건, 의료 기관의 낙인적 태도, 신분 노출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인해 의료 접근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의료 현장에 접근하거나 상담을 받지 못하는 여성들이 불법적인 유통망을 통해 약물을 구입하게 되면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20~30대 청년의 경우 임신 중지 고려·경험자 640명 중 159명(24.8%)이 온라인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브로커 등을 통해 약물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여러 정부 부처에서 (입법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논의를 진행할 때마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날 행사에선 혼인 여부나 성별 구분 없이 임신 사전건강관리를 지원받고, 남성 청소년에 대해서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예방 접종을 받는 성별 불균형 개선 사례도 소개됐다.
성평등부는 지난해부터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20~49세 남녀를 대상으로 연령대별 주기별 1회씩 생애 총 3회까지 임신 사전건강관리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여성의 경우 난소기능검사(AMH), 부인과 초음파를 남성에 대해선 정액검사(정자정밀형태검사 포함)를 지원하고 있다.
오는 9월18일부터는 총 5일간의 배우자 유·사산 휴가 제도가 시행되고, 출산 예정일 50일 전부터 배우자도 미리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성평등부는 다음 달 6일부터 12세 남성 청소년을 대상을 대상으로 HPV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매년 연령 1세씩 확대해 최대 17세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HPV는 성 접촉을 통해 전파되므로 집단 면역 형성을 위해 남녀 모두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공공생리대 드림 시범사업'에 대해선 "월경을 개인이 감당해야 할 사적 문제가 아니라 건강권과 존엄권, 평등권의 관점에서 사회가 보장해야 할 기본권의 문제로 인정한 것"이라고 의의를 전했다.
이어 "생리휴가와 생리공결은 여성에 대한 특혜나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라, 교육과 노동 참여의 불리함을 보정하기 위한 실질적 평등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성·재생산 건강을 여성만의 문제로 보지 않아야 한다"며 "피임, HPV, 성매매감염, 가임력 보존, 난임 등 남녀 모두의 공동 책임과 권리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별과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누구나 차별과 낙인 없이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가 보장되도록 법제도와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주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청년의 정신건강과 관련해 성별 불균형 현상에 대해 다뤘다.
그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강력한 영역은 단연 안전의 영역이었다"며 "범죄와 야간 보행에 대해서 불안을 느끼는 비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이 경험하고 있는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인가,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인식이 남성에 비해서 훨씬 다르게 발현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야간보행 시 불안을 느낀다는 답변을 한 여성은 전체의 49.4%에 달하는 반면 남성은 11.8% 수준이었다. 범죄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청년의 경우에도 여성은 53.5%, 남성은 31.2%로 차이를 드러냈다.
또한 자살시도로 인한 응급실 내원은 여성이 더 많지만, 자살로 인한 사망은 남성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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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문 부연구위원은 "아픔을 인식하고, 드러내고, 도움을 구하는 모든 단계에서 성별 규범이 작동하고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단순히 자살의 고위험군을 찾아내거나 치료·관리하는 현재의 자살 예방·정신 건강 정책을 넘어서 조금 더 사회적인 접근을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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