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 기억 조절 뇌 회로 발견…"GLP-1 이후 비만약 새 표적 가능성"
미국 연구진, '기억-식욕 연결 회로' 규명
GLP-1, 단순 포만감 넘어 '기억 속 식욕'까지 조절
음식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을 되살려 식욕을 키우거나 억제하는 뇌 회로가 규명됐다. 과거 경험과 장소 기억을 연결해 식욕을 조절하는 신경세포가 확인된 것이다.
폭식이나 비만이 단순한 의지 문제가 아니라 기억 기반의 뇌 회로 이상과 관련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발견된 뇌 회로는 차세대 비만 치료의 새로운 표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과 브로드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기억 정보를 식욕 조절 신호로 전환하는 '프로다이노르핀 분비 뉴런' 회로를 발견했다. 관련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뉴런'에 12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연구진은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식욕을 관장하는 시상하부 사이를 연결하는 부위인 외측 중격에 주목했다. 이곳에 위치한 '프로다이노르핀(Pdyn) 뉴런'이 과거의 먹이 경험과 장소에 대한 기억을 현재의 식욕에 반영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험용 쥐에서 이 뉴런을 억제하거나 제거하자 과거에 먹이를 먹었던 장소 기억이 약화됐다. 낯선 환경에서는 과식 행동이 크게 증가했다. 반대로 뉴런을 자극하자 음식 섭취가 감소하고 회피 반응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뉴런이 분비하는 신경전달물질이 음식의 보상감을 낮춰 식욕을 억제하는 신호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프로다이노르핀 뉴런은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는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GLP-1) 수용체를 발현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GLP-1 작용제가 단순히 포만감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의 먹었던 경험과 상황 기억을 바탕으로 식욕을 조절하는 뇌 회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확인된 '기억-식욕 회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폭식 장애나 비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특정 장소에서 먹었던 경험이 떠오를 때 뇌가 식욕을 억제하는 신호를 보내 섭식을 조절하지만, 회로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신호가 끊기며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식욕을 제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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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식사 선택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그 뇌 속 경로를 밝혀낸 것"이라며 "특정 상황에서 식욕 조절이 어려운 섭식 장애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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