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1인 조정부' 제도 도입
소요 기간·비용 줄여 실효성 높여
'직권 조정' 제도로 조정 성립 비율도 제고
중소기업계, 기술유출 분쟁 고충 완화 기대
중소기업 간 기술 유출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정식 소송 이전 단계에서 개시하는 '중소기업 기술분쟁 조정·중재위원회'가 조정위원 1명만으로도 양 사 간 조정·중재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손질된다. 피신청 기업이 일방적으로 조정 절차를 거부할 경우, 조정부가 직권으로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돼 절차의 신속성과 효율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12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기술분쟁 조정·중재위는 내년부터 '1인 조정부'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조정위원 1명만으로도 조정·중재 절차를 개시할 수 있게 된다. 운영 기관인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위원회에 회부된 사건의 조정 금액, 쟁점의 복잡도 등을 검토해 상대적으로 간단하다고 판단할 경우 1인 조정부로 배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조정부는 법률·기술 전문가를 포함해 3~5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조정위원 간 일정을 조율하는 데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행정비용도 만만치 않아 절차를 속도감 있게 처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1인 조정부가 도입되면 합의안 도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 제도의 본래 취지가 강화될 것이란 평가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5년 11월까지 위원회에 회부된 사건 가운데 신청인이 조정금액을 제시한 204건 중 5000만원 미만의 사건은 34건(17%)으로, 단순 사건 비중이 작지 않았다. 중기부 관계자는 "제도 도입 시 조정안 도출까지 걸리는 시간이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내년에 중소기업기술보호법이 개정되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피신청 기업이 일방적으로 조정 절차를 거부하거나 절차에 불성실하게 임할 경우, 조정부가 직권으로 합의안을 도출해 사건을 종결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한쪽의 비협조로 조정이 아예 불발되는 사례를 실질적으로 막겠다는 취지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5년 9월까지 위원회에 회부된 사례 256건 중 조정안도 마련하지 못한 채 '불발 및 청구 취하'된 건이 125건(48.8%)으로 절반에 달했다.
중소기업계는 이번 개정으로 조정·중재위의 실효성이 강화되면 긴 소송 기간과 높은 비용 부담 등 기술 유출 소송 과정에서 겪는 고충이 한층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기부의 '2024 기술보호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기술유출 사건이 1심 판결까지 가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1년 이상으로 다른 민사소송과 비교해도 긴 수준이었다. 이에 정부가 정식 소송 이전에 양 사 간 원만한 합의를 유도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립했으나, 실제 조정 성립 비율이 극히 낮아 '식물위원회'에 그친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박희경 재단법인 경청 변호사는 "조정금액이 높지 않은 간단한 사건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 상대적으로 난도가 높은 사건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그동안 피신청 기업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절차를 지연하거나 불응해도 막을 방법이 없었는데, 이를 보완할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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