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불황 탈출 기회 반드시 온다…사람에 투자해야"
'만번 두드려야 강철이 된다' 신간
철강 불황 직격탄… "기회는 준비된 자의 것"
"중국 철강 밀어내기, 공급 대란 부를 수도"
"고부가 강재 중심 전략은 한계"
"위기일수록 더 많은 관심 필요"
"불황일수록 조직은 단련돼야 합니다"
국내 첫 민간 제철소 건설을 이끈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은 철강산업의 전례 없는 불황에 조직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점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 우 전 부회장은 최근 철강산업의 위기와 조직, 리더십을 주제로 '만 번을 두드려야 강철이 된다'는 제목의 신간을 펴내면서 주목받았다. 현대차그룹의 철강 사업을 일군 실무책임자이자 전략가로 꼽히는 그는 책을 통해 수십년간 산업 안팎에서 체득한 '강철의 시간'을 되짚었다. 특히 민간 첫 일관제철소인 당진제철소 프로젝트를 이끈 지 6년만인 2010년 1월 고로 1호 화입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는 "'마침내 해냈구나'라는 벅찬 감정이 밀려왔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한국 철강산업의 호황기를 이끈 그의 입장에서 현재 한국 철강산업이 맞이한 위기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중국산 철강재는 가격 면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며 국내 건설, 조선 등 산업 전반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우 전 부회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고로를 엄청나게 짓고 내수로 감당이 안 되니 전 세계로 철강을 밀어내고 있다"며 "이 상태가 유지되다 갑자기 철강 생산을 줄이기라도 하면 전 세계 공급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국내 철강사들이 생존을 위해 선택한 고부가 강재 중심 판매전략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전체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이다. 우 전 부회장은 "결국 철근, 형강처럼 보이지 않는 데 들어가는 재료가 시장을 좌우한다"고 했다. 그는 불황의 파고를 헤치기 위해선 '사람'을 핵심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의 첫 번째는 시장의 문제예요. 그러나 시장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죠. 전략도 마찬가지예요. 사람은 달라요. 사람은 우리가 다룰 수 있는 영역이에요.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 건 분명하죠. 사람에 대한 투자입니다."
이는 '친정'인 현대제철에 대한 조언이기도 하다. 현대제철은 최근 업황 악화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그는 조직 내 퍼진 '무기력'을 가장 경계했다. "어차피 안 될 건데 해서 뭘 하느냐"는 식의 자조를 지적한 것이다. 우 전 부회장은 그의 신간에서 당진 프로젝트의 성공 요인으로 '현대 특유의 도전정신'을 첫손가락으로 꼽았다. 어려운 여건에도 노력하고 도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도 "기회는 반드시 온다"면서 "준비된 사람만이 그걸 알아보고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산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위기 역시 결국 사람으로부터 풀린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에 일관제철소를 짓기로 한 부분에선 그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제철소를 세우고 가동까지 이어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제철소는 단순히 짓는다고 끝이 아닙니다. 가동에 실패하는 곳도 많고 제품 개발에서 실패한 곳도 수두룩해요. 일관제철소를 지어봤다고 해외에서도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우 전 부회장은 "철강은 시장, 정책, 고객, 정치가 얽혀 있는 산업"이라면서 "지금처럼 위기일수록 과수원집 사과나무처럼 더 많은 손길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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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책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곳곳에 등장한다. 위기일수록 리더의 역할이 더욱 돋보인다는 의미가 담겼다. "그분은 정말 일밖에 모르시는 분이에요. 회장이라 해도 일의 디테일까지 전부 꿰차고 있었어요. 내가 제철소 맡길 때 안 한다고 했던 걸, 10년이 지나서도 기억하시더라고요. 나는 인생의 중대사니까 기억하지만, 회장님은 그런 장면이 수백 개는 있었을 텐데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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