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은 대표적인 광역 행정이다. 경기도민이 서울로 차를 몰고 들어와 교통체증을 일으킨다고, 서울시민이 팔당댐 물을 끌어다 쓴다고 탓하지 않듯이 쓰레기를 관리하는 일도 비슷한 맥락에서 논의되고 처분이 이뤄져야만 한다. 그런데 쓰레기매립지를 어디에 두느냐를 놓고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가 갈등을 벌여온 세월은 30년이 넘는다. 한강변 꽃섬이라 불리던 난지도가 1978년 매립지로 전환되고, 1993년 한계치를 찍은 뒤부터 시작된 '폭탄 돌리기'의 난맥사다.
정부 중재로 지금의 인천 서구 오류동 일대에 만들어진 쓰레기매립지는 사용 종료를 앞두고 있다. 그렇게 서울시와 경기도의 쓰레기를 받아오던 인천시는 '이제 더 이상 양보는 없다'고 하고 있다. 어디 하나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곳은 없다. 서울시와 경기도 역시 2021년부터 대체매립지를 찾겠다고 '눈 가리고 아웅'식 시늉만 내고 있지, 진심은 아닌 것 같다.
현 매립지 포화 시점이 반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네 번째 공모에 들어갔다. 이대로는 헛바퀴만 돌 게 뻔하다. "실패할 경우 (환경부를 포함한) 4자 협의체에서 대책을 모색"이라는 '대책을 위한 대책'만 남게 될 듯하다.
이해당사자인 광역 지자체들은 '파격 혜택'을 내세운다. 그러나 낙관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지난해 4자 협의체를 중심으로 조사한 '수도권 폐기물 관리 전략 및 대체매립지 조성 연구용역' 결과를 찾아보니 대체매립지 조성까지 11년 가까이 걸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네 번째 공모가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것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선거에 목맬 수밖에 없는 기초단체장들 가운데 누가 '기피 시설'인 매립지를 유치하겠다고 선뜻 나설 수 있겠나.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은 2022년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공통 공약이기는 했다. 그러나 구체적 마스터플랜도 없이 선언적 구호에 그쳤다. '비상계엄' 여파로 치러지는 이번 조기 대선에선 그나마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무의미한 응모 과정을 밟을 바에는 지금부터라도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비싼 비용 탓에 이용이 쉽지 않던 민간소각장을 활용하는 게 대안일 수 있다. 정부가 나서 이용료를 낮출 수 있는 민간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방법이다. 땅도 없고 공공소각장도 짓지 못하겠다면 돈이라도 내야 하지 않겠나.
정부는 매립지에 대한 연장 사용이 불가피한 만큼, 내년부터 수도권을 시작하려던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를 유예해 줘야 한다. 소각장 부족으로 인한 혼란까지 이어질 경우, 쓰레기 대란은 수도권 전체로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 기관들의 무책임이 계속된다면 수도권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한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다. 일부 인천 주민들은 올해 매립지 사용 종료 후에는 매립지로 향하는 도로를 폐쇄하는 대응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쓰레기 반입 문제를 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겪던 목동쓰레기소각장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던 사태도 있었다. '기피시설'을 짓는 대신 인프라 확충으로 주민들의 삶이 개선된 사례들을 적극 홍보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잘못의 시작은 주민이 아니라 세금을 받아 관리하면서 예견된 광역 문제를 방치해왔던 행정 기관에 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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