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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국민돌 '아라시' 내년 활동 종료…제이팝 한 세대 막내리다 [일본人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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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데뷔해 26년간 활동…2000년대 내한도
수능 응원·결혼식 축가 등…전국민적 인지도
내년 투어 끝으로 그룹 활동 종료

일본 원조 아이돌 그룹 아라시가 데뷔 26년만인 내년 활동을 종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저도 학창 시절 노래도 듣고 잡지도 사서 모았기 때문에 소식을 접하자마자 너무 놀랐는데요. 아마 저와 같은 시기의 추억을 공유하는 분들 많을 겁니다. 아라시로 일본 문화 접했던 사람들이 많아 우리나라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많은데요. 오늘은 일본 그룹 아라시에 대해 들려드립니다.


아라시는 일본 최대 엔터테인먼트 쟈니스(현 스타토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5인조 남성 그룹입니다. 리더인 오노 사토시를 시작으로 사쿠라이 쇼, 니노미야 카즈나리, 아이바 마사키, 마츠모토 준이 속해있죠. 아라시는 일본어로 폭풍(嵐)을 의미하는데, 당시 사장이 전 세계에 폭풍을 일으키고 싶다라는 소망을 담아서 지은 이름입니다. 소속사의 일념 덕분에 1999년 9월 하와이에서 호화롭게 데뷔 기자회견을 갖고 같은 해 11월에 데뷔 싱글 'A.RA.SHI'를 발표합니다. 첫 등장부터 반응이 뜨거웠는데, 싱글은 발표 첫 주에 55만7000장이 팔렸고, 오리콘 차트 주간 1위를 바로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5인조 그룹 아라시. 아라시 인스타그램.

일본 5인조 그룹 아라시. 아라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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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계속 기록을 이어가는데요, 2007년 발표한 'Happiness', 2008년 발표한 'Truth' 등은 오리콘 연간 싱글 랭킹 1위를 달성했습니다. 데뷔 때부터 현재까지 아라시가 26년간 발표한 싱글은 54개, 앨범은 18개로 이를 다 합치면 26년간 4343만8000장의 앨범이 팔렸다고 합니다. 꾸준하게 사랑받는 곡들도 있는데, '벚꽃아 피어라'라는 제목의 노래 '사쿠라사케(サクラ?ケ)'는 일본의 대표적인 수능시험 응원곡이기도 하죠. 과거 일본에서 대학 합격자 발표를 할 때,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우편으로 이를 받아보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를 대신 봐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부탁했었는데요, 이 전보꾼들은 와세다대학에 합격했을 경우 '벚꽃이 피었다',떨어지면 '벚꽃이 떨어졌다'라고 전해주었습니다. 이것이 퍼지면서 벚꽃이 피다는 뜻이 대학 합격이라는 관용구로 굳어지게 되는데요. 이 밖에도 '100년이 지나도 사랑을 맹세할게'라는 가사로 유명한 노래 'one love'는 일본에서 결혼식 배경음악으로도 많이 쓰입니다.


2006년 3개국 특별 기자회견으로 내한한 아라시. 아시아경제DB.

2006년 3개국 특별 기자회견으로 내한한 아라시.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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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아라시 열풍이 있었죠. 2000~2010년대 한국에 제이팝 열풍을 불러온 주축이기도 했는데요. 멤버들이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얼굴을 많이 알렸습니다. 마츠모토씨는 '꽃보다 남자', '너는 펫', '실연 쇼콜라티에' 등에서 연기하면서 한 때 여학생들의 휴대폰 배경 화면을 장식하기도 했었죠. 이런 열풍에 힘입어 내한도 몇차례 진행했었습니다. 2006년에 우리나라에서 열린 아시아송페스티벌에 참여하기도 했고, 단독 콘서트도 열었었죠. 이렇게 활동 종료를 할 줄 알았으면 그때 기를 쓰고 갔었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멤버 개별 활동도 활발한데요. 마츠모토씨와 니노미야씨는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니노미야씨는 얼마 전 우리나라에 메디컬드라마 '블랙페앙' 방영을 기념해 팬 미팅차 내한하기도 했죠. 일본 게이오대를 졸업한 사쿠라이씨는 일본 뉴스프로그램 '뉴스제로'의 진행자로도 활동했습니다.

다만 세월도 세월인데다, 멤버들 개인 스케줄도 있다 보니 그룹으로 계속 활동하기가 어렵게 됐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활동 휴지를 선언했고, 멤버들도 차례차례 결혼하기 시작했고요. 결국 2026년 콘서트 투어를 마지막으로 그룹 활동은 종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아라시 30번째 싱글 '몬스터' 자켓 사진. 아시아경제 DB.

아라시 30번째 싱글 '몬스터' 자켓 사진. 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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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에서는 이번 아라시의 활동 종료는 사실상 제이팝의 세대교체가 진행된 것이라는 시각도 내놓았는데요. 아라시가 도맡았던 예능 프로그램 'VS아라시'는 아라시가 이후 같은 소속사 후배들에게 넘겨줬는데, 2023년 끝내 시청률 저조로 폐지되기도 했습니다. 또 소속사 대표 고(故) 기타가와의 성추문이 터지면서 소속 가수들도 많은 타격을 입었고, 아라시도 사건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비판을 받기도 했었죠.


26년간 스캔들도 있었고 이러저런 일들이 많았으나, 이제 5명의 완전체 활동을 볼 수 없게 된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적잖이 놀란 것 같습니다. 2026년 봄에 개최될 라스트 투어는 사실상 코로나19 이후 열리는 첫 아라시 콘서트기도 한데요.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벌써 팬들이 성지순례도 불사하는 모습입니다. 아라시 콘서트 티켓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티켓 오픈과 동시에 클릭해서 티켓을 선점하는 게 아니라, 유료 팬클럽 회원들을 대상으로 원하는 날짜를 3지망까지 받아서 여기서 당첨이 돼야 갈 수 있는 방식입니다. 완전히 운에 맡겨야 하는데요.


장수 국민돌 '아라시' 내년 활동 종료…제이팝 한 세대 막내리다 [일본人사이드] 원본보기 아이콘

이 때문에 벌써 일본 시가현 릿토시에 있는 '오노 신사'에는 팬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리더 오노씨와 이름 한자가 완전히 똑같은데다, 신사 신관의 이름이 심지어 멤버 오노와 니노미야 성을 합친 '오오미야 사토시'씨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팬들 사이에는 성지라고 부르는데, 이곳에 오면 콘서트 티켓을 잘 구할 수 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전설이 있습니다. 소원을 쓰는 나무판인 에마에는 팬들의 '콘서트 티켓 당첨되게 해주세요'라는 것들로 가득한데요. 벌써 마지막 콘서트 당첨을 비는 팬들로 신사는 문전성시라고 합니다.


이번 아라시의 활동 종료 소식이 주목받는 것은 아마 한 시절이 저물었다는 느낌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창 시절 핸드폰 배경 화면이나 싸이월드 프로필에는 드라마 '너는 펫'의 캡처가 빠지지 않았고, 노래방에 가면 남자애들은 꼭 엑스재팬 노래에 도전하곤 했는데요. 하마자키 아유미, 보아 등 그 당시 일본 곡들을 즐겨듣던 학창 시절의 즐거웠던 기억이 추억으로 사라진다니 어딘가 싱숭생숭한 마음입니다. 세월이 지나면 모든 것이 변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라고 너무나 당연히 생각했었나 싶기도 하네요.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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