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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발아래 '시한폭탄' 두고 흘려보낸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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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발아래 '시한폭탄' 두고 흘려보낸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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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싱크홀로 인한 사고가 빈발하는 걸 보면서 한국시설안전공단이 10년 전 만든 보고서가 생각났다. '지반침하 대비 생활 속 징후 및 안전관리 매뉴얼 개발 연구'라는 긴 제목의 보고서인데, 2014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일대에서 지반침하가 집중 발생하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만든 것이었다.


보고서 내용을 보자. 보고서는 당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국내 지반 및 지질 등 지하공간 이용에 대한 총괄 법령이 없다", "지반에 대한 정보도 관련기관과 지자체가 각각 분산해 관리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전한 지하 이용을 위한 정책개발도 한계를 갖는다"며 '총괄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보고서는 지반 함몰의 원인을 분석해냈는데, 10년 후 강동구 명일동과 경기 광명시에 발생한 침하 사고의 원인도 당시 보고서의 분석과 같다.

지자체와 정부의 대응 체계 역시 바뀐 건 없다. 지난주 행정안전부가 서울시 등에 전달한 문건에는 '이상 징후 발생 시 작업 중지', '노후 지하시설 보수보강'과 같은 원론적 권고만 담겼다. 반복되는 사고가 문제라는 '인식'은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의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10년을 선진국들은 어떻게 보냈을까. 미국과 일본 등은 지반침하 사고에서 확인한 위험요인을 대응 체계에 그대로 반영했다. 미국의 경우 2010년부터 지반침하 관련 조례를 제정해 정책적 사안으로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지반침하에 영향을 미치는 건축 및 시공 방법에 대한 등급 기준까지 설정했다. 플로리다주는 법령 및 관련 보험회사의 피해 보장 보험 상품 제공을 의무화했다.


일본 도쿄 역시 지반침하에 빠르게 대응해 왔다. 1970~80년대 지반침하 문제가 연이어 발생한 뒤 탐지 기술을 고도화하고 관련 규제를 손봤다. 특히 지반침하 조사사업을 매년 시행해 연구개발을 통한 지반침하에 대처하는 기술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1~3m 지하 공간을 탐지하는 특수 차량을 운영 중인데 과거 시부야 지하 공사 중 도로가 무너졌을 때도 이를 예측해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지하 공동(空洞)에 대한 관리책을 세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시는 대형 굴착 공사장에 대한 지질조사를 실시해 안전 지도를 제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지하철, 상·하수도관, 통신관, 전력관, 열 수송관 등 모든 지하 시설물을 점검해 땅 밑 데이터부터 구축해야 한다. 점검 주기 역시 조정이 필요하다. 지반침하가 발생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조사가 아닌, 상시 자동 계측 시스템을 구축해 위험도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요구된다. '지반침하 관측망' 구축을 추진 중이라지만 시범 사업에만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여론에 떠밀려 '우선정비구역도'를 공개하는 건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 지반 조건과 지하 시설물의 정보를 활용해 만든 지도라지만, 지질조사나 레이저 탐사와 같은 검증 과정이 빠져 자칫 혼란만 더 부추길 수도 있다.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에서 1300억원의 싱크홀 예방 예산이 잡힌 것은 다행이다. 켜켜이 쌓인 문제를 한꺼번에 풀 수는 없겠지만 발밑이 꺼질까 걱정하는 세상은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만큼은 보여줘야 한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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