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인사이트]대통령 대행 체제서 가닥잡는 정책 난제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국가 리더십 공백 상황에 이르면서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와의 외교 문제 등 부정적인 면들이 많이 부각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긍정적인 면이 언급되고 있다.
계엄 전처럼 윤 대통령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결코 풀리지 않았을 정책 난제들이 가닥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만기친람'식의 국정운영이 사라져서 가능한 일이다. 정부 부처들이 각각 자기 영역에서 제 역할을 하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총괄 조정, 큰 틀에서의 결정 역할만 하고 있다.
우선 대학 등록금이 17년 만에 올랐다. 그동안 물가상승과 대학생 가구의 부담을 이유로 지속됐던 정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가 깨진 것이다. 등록금 동결로 인한 폐해는 컸다. 대학교수 급여도 거의 오르지 못해 교수들은 외부 용역, 프로젝트 등을 따내려고 노력했다. 해외 대학에서 교수를 유치해 오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공대 등에서는 필수 연구 기자재를 사지 못해 오래된 것들을 써야만 했다. 노후화된 학교 시설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고 한다. 등록금 인상이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던 역대 정권들이 문제였다.
정부는 내년 의대 정원을 대학본부 자율로 결정하도록 했다. 내년 의대 정원은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증원 0명)이 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몇백 명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교세 확장을 위해 증원을 바라는 대학본부와 정원을 늘릴 수 없다는 의대 간 갈등을 불러일으킨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1년 이상 끌어온 이번 사태를 빨리 끝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누구 아이디어인지 정말 신박한 방안이다. 윤 대통령의 '증원 2000명 고수'라는 몽니 때문에 강(强)대강(强) 대치만 이어지던 상황에서 돌파구가 열린 것 같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여야 합의 타결까지 성사될지 모르겠으나 박근혜 정부 때부터 이슈가 됐던 국민연금 개혁이 실행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대통령 대행 체제에서 이뤄진 국민연금 개혁은 어느 정권의 책임이 아니다. 여야 합의로 이뤄진다면 공동책임이 된다. 새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 국민연금 개혁이 끝나야 한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사고 수습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모범적으로 진행됐다. 초기 일부 혼란도 있었으나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무안에 상주하면서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발굴했고, 최 대행이 주재하는 회의에서는 바로바로 시행책을 마련했다. 최 대행은 대행이 된 지 이틀 만인 12월 29일, 사고가 보고되자 서울에서 대책회의를 주재한 다음, 사고 발생(오전 9시쯤) 이후 불과 4시간 만인 오후 12시55분 무안공항에 도착했고 오후 1시35분 유가족과 면담했다. 세월호 사고 때처럼 대통령이 몇 시간 동안 어디 있었느냐는 식의 논란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다.
최 대행 체제는 그동안 대통령 중심의 '만기친람'식 국정운영이 얼마나 잘못됐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무적 개입에 의해 정책이 왜곡되거나 무리한 요구가 돌출했던 사례는 보수정권이나 진보정권이나 매한가지였다. 상식적이지 않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탈원전 정책 등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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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때까지는, 청와대가 큰 이슈는 챙겼지만 각 정부부처에 세세하게는 관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노 대통령 앞에서 정치권에서 온 청와대 '어공'과 정통 관료들인 '늘공'이 합리적 토론을 하고 의사결정을 했다. 앞으로 어느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만기친람'은 없어야 한다. 정부 관료들에게 권한을 주고 책임만 물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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