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트럼프 가자지구 계획 반대…"강제이주 있을 수 없어"

AFP·연합뉴스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강제이주는 있어선 안될 일이라는 입장이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이날 파롤린 추기경은 바티칸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은 자신들의 땅에 머물러야 한다"며 "이는 교황청의 근본적인 원칙 중 하나다. 강제 이주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다른 지역으로 강제로 내보내면 지역적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며 "요르단 등 주변국들도 반대하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우리의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도 국가로 공존하는) 두 국가 체제다. 그래야만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약 200만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요르단·이집트 등 인근 국가로 이주시키고 미국이 가자지구를 점령해 해양 휴양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는데, 해당 구상을 교황청 고위인사가 정면 반박한 것이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와 함께 교황청 국무원장에 임명된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청의 정치·외교 활동을 담당한다. 교황에 이은 교황청 권력 서열 2위로 통한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을 강하게 규탄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