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고 졸업식 간 박주민 의원 "여러분 잘못 없다. 기죽지 마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충암고 졸업식에 참석해 "여러분들이 뭘 잘못했느냐. 잘못된 건 어른들"이라며 학생들을 위로했다.

유튜브 '박주민TV'

박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이날 열린 제54회 충암고 졸업식 축사를 공개했다. 충암고가 위치한 서울 은평갑이 지역구인 박 의원은 "저는 충암고 출신은 아니지만(박 의원은 대원외고 출신), 충암고를 통해 배움을 얻은 사람 중 하나"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은평에서 처음 국회의원을 시작했을 때 맞닥뜨렸던 '충암고 급식 비리'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힘을 합쳐 급식실과 체육관을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많은 것을 배웠다. 사람들과 함께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치는 방법을 알았고, 토론을 통해 안 풀릴 것 같은 문제도 풀릴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때 배웠던 것을 바탕으로 지금의 의정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진심으로 학생들을 포함한 충암고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박 의원은 "최근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다 보니 뜻하지 않게 충암고 학생들이 겪지 않아도 될 일들도 겪은 것 같다"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상황을 언급했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 충암고등학교. 왼쪽 건물은 충암중학교. 허영한 기자

충암고는 윤 대통령뿐 아니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이들의 모교다. 소위 '충암파'로 불리는 이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하면서, 당시 충암고 교복을 입은 학생에게 일부 시민이 폭언하고 학교에 협박 전화가 쏟아지는 등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각종 폭언과 협박에 노출됐다. 이에 충암고 학생회가 학교와 재학생들을 향한 비난을 자제해 달라는 호소문을 내고, 학교 측은 재학생들의 피해를 막고자 한시적으로 교복 대신 사복을 입을 수 있게 조처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정치를 하는 저 같은 사람이 좀 잘못한 것 같다"며 "그 점에 대해 매우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아울러 "여러분들은 기죽을 필요 없다. 여러분들이 뭘 잘못했냐. 잘못된 건 어른들이고, 우리의 후진적인 정치 문화"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 의원은 "이제 여러분들이 조금 더 넓은 사회로 나가게 될 텐데 그동안 사귄 친구들, 가르침을 주셨던 선생님, 부모님들이 진짜 소중하고 고맙다는 것을 더 깊게 느낄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런 고마운 분들이 가슴 속에 있는 한 힘든 일을 겪으시더라도 더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