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거래사 '비톨', 장기 석유 수요 전망 첫 공개
2040년 석유수요 현재 수준 유지할 것
"경제적 부담 큰 기후변화 노력·새로운 기술혁신 부족"
글로벌 석유 수요가 15년 뒤인 2040년까지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에너지 거래회사인 비톨(Vitol)은 경제적 부담이 큰 기후변화 정책을 각국이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석유수요를 줄일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이번 전망을 내놨다.
세계 석유 수요의 7%를 거래하고 있는 비톨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장기 석유 수요 전망' 보고서를 공개했다. 비톨은 보고서에서 올해부터 2040년까지의 전 세계 석유수요를 전망했다. 전망 주기를 15년으로 잡은 이유에 대해 '기술 변화와 차량 교체 주기를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15년을 넘으면 석유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이 요인들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어려워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비톨은 2040년까지는 전 세계적으로 전체 석유 소비가 감소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석유 수요는 하루 1억1000만배럴로 2035년께 정점에 도달한 뒤 다시 감소하기 시작해 2040년에는 현재 수준인 1억500만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비톨은 보고서를 통해 "기후 변화를 제한하려는 전 세계적인 포부는 석유 소비를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낮추려는 노력을 주도하고 있다"며 "그러나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 및 도시화는 운송, 플라스틱, 화학 물질 및 에너지에 대한 수요를 계속 증가시키고 있어 석유도 증가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석유 수요가 2040년에도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은 플라스틱 수요 증가가 차량용 수요 감소분을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에 근거한다. 우선 2040년까지 유럽연합(EU)과 미국, 중국의 휘발유 수요는 현재보다 하루 약 50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전 세계 휘발유 수요에서 이들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55%에서 44%로 둔화하겠지만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미국은 2040년에도 세계 최대 휘발유 소비 시장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했다.
제한적인 휘발유 수요 둔화 전망은 2040년에도 내연기관 차량이 다수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바탕이다. 비톨은 2040년까지 전 세계 자동차 보유 대수는 현재보다 약 5억5000만대 늘어 총 20억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의 비중은 2040년에도 전체 차량 중 최대 38%에 불과할 것으로 봤다. 내연기관 차량이 여전히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반 이상을 차지해 휘발유 수요 감소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반면 비톨은 석유화학 부문의 석유 원료 하루 수요는 2040년까지 현재보다 600만배럴 늘어 원유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플라스틱은 현대 사회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통신 기술과 의료 혁신 등 경제 활동 및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각국이 환경적 영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더라도 2040년 이전까지 석유 기반 플라스틱의 대체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비톨은 이번에 장기 석유 수요를 전망하면서 ▲기후 변화 대응은 지속되지만 경제적 부담이 과도할 경우 제한될 것 ▲2040년까지 석유 수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혁신적인 기술은 등장하지 않을 것 등을 가정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비톨이 석유를 거래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이번 전망은 2040년에도 석유 수요가 줄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도 볼 수 있다"며 "비톨의 전망이 현실이 되지 않게 하려면 경제적 부담이 크더라도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석유수요를 줄일 새로운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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