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관련 계엄포고령 1호 발동…김용현·尹대통령 입장 엇갈려
국회 예산 차단 관련 '쪽지' 작성·전달 주체도 핵심
'부정선거 확신' 선관위 장악…'의혹확인 차원'으로 물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 직접 참석해 진술하면서 탄핵심판의 핵심 쟁점도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선포한 비상계엄과 관련해 지금까지 검찰 수사로 드러난 내용과 국회 탄핵소추서, 윤 대통령의 입장 등을 종합할 때 쟁점은 세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물론 양측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부분이다.
헌법재판관들은 양쪽의 말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신빙성이 있는지를 판단해 결론을 지으면 윤 대통령의 '운명'과 향후 정치 일정 등이 결정된다. 23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시작으로 진행되는 증인신문 내용도 헌재 재판관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계엄포고령과 "의원들 끌어내라"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박안수 육참총장) 명의로 계엄포고령 1호가 발동됐다. 포고령에는 국회와 정당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헌법상 계엄 해제 요구권을 가진 국회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이어서 이 자체로 위헌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 측은 김 전 장관이 과거 군사정권 시절 계엄 포고령을 잘못 베낀 것이라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관여 정도를 희석시키려는 전략인데, 계엄 발동권자이자 책임의 최종 종착지인 대통령이 그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한 계엄 당시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받고 국회로 병력을 보낸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등은 윤 대통령이 몇차례 비화폰으로 전화를 걸어와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고 국회와 수사기관에서 진술했다. 21일 탄핵심판에서 문형배 권한대행도 "그런 지시 한 적 있느냐"며 이 부분을 캐물었다. 윤 대통령은 "없습니다"라고 했다. 양측이 정반대 말을 하고 있다.
최상목이 받은 쪽지
비상계엄 선포 당일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받았다는 '쪽지'의 작성과 전달을 지시한 주체가 대통령인지 여부도 핵심 쟁점이다. A4 용지 1장짜리 쪽지에는 '국회의 예산을 차단하고, 국가 비상 입법 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역시 국회를 해산하고 이를 대체할 기구를 만들고자 한 위헌 행위라는 게 국회 측의 주장이다.
이에 윤 대통령은 쪽지를 작성하지도 전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쪽지의 존재를 계엄 해제 이후 기사로 확인했으며, 쪽지에 담긴 내용 역시 부정확하고 모순된다고 진술했다. 쪽지 작성자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 본인이 아닌 "국방부 장관밖에 없는 것 같은데, 구속 중이어서 확인은 못 했다"고 했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국회 등에서 해당 쪽지는 계엄 국무회의 당시 대통령 옆에 있던 참모로부터 건네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부분은 사실관계가 조금 더 드러나야 한다.
선관위 장악과 부정선거 의혹
윤 대통령은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병력을 투입한 사실과 관련해서도 "선관위를 장악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선관위 전산시스템 문제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체포 때 공개된 편지 등에선 부정선거를 확신하는 듯 말하다가 '의혹 확인 차원' 수준으로 물러난 것이다. 이 역시 국헌문란' 목적 등 위헌과 위법 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국회 측은 21일 탄핵심판 변론에서 계엄 당일 국회와 선관위에 병력이 진입해 활동하는 내용이 담긴 폐쇄회로(CC) TV 영상 16개를 틀면서 헌법기관인 선관위를 불법적으로 장악하려 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윤 대통령 탄핵사건 증인신문은 23일 김용현 장관을 시작으로 2월 4일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출석한다. 6일은 김현태 특전사 707특임단장,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나온다. 11일은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의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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