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포즌 美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
反이민, 美 경제 최대 위험
농업·건설업 등 노동력 타격
'트럼플레이션' 우려도 커져
Fed, 7~9월 통화긴축으로 전환
올해 금리 최대 1%P 인상 전망
"트럼프 당선인의 불법이민자 추방이 미국 경제에 노동력 감소로 인한 공급 충격을 가해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
애덤 포즌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1호 행정명령'으로 예상되는 반(反)이민 조치와 관련해 "올해 미국 경제의 최대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적인 경제 석학인 그는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 경제 전망과 한국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최근 아시아경제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포즌 소장은 "많은 사람이 이민자 추방 비용과 어려움을 과대평가하는데 트럼프 당선인은 이를 매우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며 "이민자에 크게 의존하는 산업인 광업, 농업, 특히 건설 분야에 큰 타격을 주는 등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관세 인상보다 이민 제한 정책의 파괴력이 훨씬 크다고 봤다.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의 정책이 초래하는 물가 상승)' 우려로 Fed가 늦어도 오는 9월부터는 통화긴축 사이클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Fed는 2022년 3월 금리 인상에 착수한 지 30개월 만인 지난해 9월 금리 인하를 시작해 기준금리를 최고 5.25~5.5%에서 현재 4.25~4.5%로 1%포인트 낮췄다.
그는 "Fed가 오는 4~6월 금리 인하 중단을 발표하고, 7~9월 사이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며 "2025년 말 기준금리는 지금보다 0.75~1.0%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도 크게 뛸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트럼프 2기 대응 방안으로는 대미 추가 투자와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한미 조선업 협력 강화를 제언했다. 현재 한국의 계엄·탄핵 사태에 대해서는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길어질수록 거버넌스에 대한 대외 신뢰도가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즌 소장은 미·중 패권 경쟁 한복판에 놓인 한국의 전략과 관련해 "한국은 미국과의 경제·전략적 관계를 고려할 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봤다. 이어 "야당이 집권하고 차기 정부가 중국과는 더욱 가까워지고, 미국과는 멀어지는 결정을 내릴 수 있어 우려된다"며 "이는 실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포즌 소장은 국제 경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을 갖춘 미국 싱크탱크인 PIIE를 2013년부터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경제 석학이다. 그는 하버드대를 졸업해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이코노미스트와 영국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냈다.

애덤 포즌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 경제 전망과 한국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아시아경제와 화상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원본보기 아이콘다음은 포즌 소장과의 일문일답.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일 출범한다. 올해 미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인가.
▲이민정책과 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 두 가지 위험이 있다. 첫 번째는 이민 제한 정책의 과도한 실행 위험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몇 주 안에 이민자 10만명을 추방하고 남서부에 건설 중인 수용소에 수감할 수 있다. 주(州) 방위군까지 동원하면 이민자 수십만 명도 신속한 추방, 수감이 가능하다. 이는 이민 노동력에 의존하는 광업, 농업, 건설 등 산업에 큰 타격을 준다. 단기적으로 로봇이나 합법적인 현지 노동자로 대체할 수 없는 분야다. 결국 노동력 감소로 인한 공급 충격과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민자들이 자발적으로 떠나거나 미국으로 들어오지 않게 되면 경제에 매우 빠른 속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Fed가 올해 금리 인상 사이클로 유턴할 가능성을 예상했는데.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이민 축소, 관세 인상, 재정 확대 정책은 모두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Fed는 인플레이션을 끌어 올릴 가능성이 높은 차기 정부의 정책을 의도적으로 무시했고 경고도 하지 않았다. 또한 통화긴축 효과를 과대평가했고, 노동시장을 과소평가했다. 올해 인플레이션이 재개되면서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Fed가 오는 4~6월 금리 인하 중단을 발표하고, 7~9월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4월 이전 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할 수 있지만, 가능성은 작다. 따라서 올해 마지막 4개월 동안 금리가 지금보다 최소 0.75%포인트에서 최대 1%포인트 오를 것이다. 미국 국채 금리는 10년물 기준으로 지금보다 0.5%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 시장이 기대를 낮췄지만, 여전히 2025년과 2026년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이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어 문제다. Fed의 금리 인상은 주식, 부동산 시장에 조정과 충격을 주고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Fed가 올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유일한 가능성은 이민 제한으로 경제에 큰 충격이 발생하는 경우뿐이라고 본다.
-시장에서는 보편관세 최대 20%, 대(對)중국 관세 60% 부과를 예고한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관세는 의회, 기업이 반대하고 트럼프 당선인 측에서도 인플레이션을 우려한다. 특정 산업과 중국, 멕시코를 타깃으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더 크다. 관세는 세계의 다른 지역과 미래 교역에 부정적이지만 가까운 시기에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 PIIE 분석에 따르면 이민 제한 정책의 파괴력이 관세보다 훨씬 크다(PIIE는 1100만명으로 추산되는 불법이민자 가운데 830만명이 추방될 경우 2026년 미국 인플레이션이 3.5%포인트 추가 상승한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2기 임기 4년 동안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도 멈출 것으로 봤다.).
-달러 가치 전망은. 트럼프 당선인이 무역적자 축소를 위해 달러 가치를 절하하는 '마러라고 합의', 이른바 제2의 플라자 합의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Fed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는 앞으로 몇 년간 대부분 통화 대비 강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1985년 플라자 합의와 같은 달러 관련 협정을 체결하긴 어렵다. 금융 시장은 1985년보다 훨씬 넓고 깊어져 통화정책을 배제한 환율 개입의 효과가 작아졌다. 달러 보유국도 당시 일본, 독일 위주에서 지금은 중국, 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많은 국가로 분산됐다. 40년 전에는 미 국채를 대거 보유한 일본, 독일이 국가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미 국채 보유국 중 상당수가 미국의 안보 동맹이 아니란 점도 다르다. 미국이 안보 관계가 긴밀한 한국, 일본, 영국으로부터 (상대국) 통화 강세를 끌어낼 순 있겠지만 중국과 중동 지역에서 협조를 구하긴 어렵다. 달러 가치가 급등한다면 플라자 합의 같은 협정보다는 오히려 달러 자산 수요를 줄이기 위해 미 국채 구매 시 세금을 부과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2기 출범에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국은 경제·안보의 미래가 미국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에게 원하는 것을 제공해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자동차 업체의 미국 내 추가 투자와 멕시코 등 다른 지역에서의 부품 수입 제한, 미국산 천연가스 구매 확대 등이 방법이다. 또 한국이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조선업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을 제안한다면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이 분야에서 경쟁력이 낮고, 한국은 중국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의 점진적인 절상도 검토할 수 있다. 일각에서 반도체 등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로 국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있는데 과장됐거나 잘못됐다고 본다. 미국은 노동력이 줄어들고 있고, 외국인직접투자가 한미 양방향으로 이뤄질 경우 (한국에서도) 서비스·기술 관련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한국도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한국에 대중 기술 노출과 수출을 줄이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고통이 따르겠지만 미국과의 경제·전략적 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오히려 중국 내 기술 노출 위험을 줄이고 대미 투자를 확대하는 편이 유리하다. 한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 다른 국가들과 무역 협정을 체결하고, 국제무역기구(WTO) 지지 등을 통해 중국에서 잃게 될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한국은 지난 20~30년 동안 집권 정당에 따라 대미 정책과 대중·대북 정책이 달라졌는데, 한국 차기 정부가 중국으로 다시 기울고 미국과 멀어지는 결정을 내리는 상황이 우려되며 이는 실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엄·탄핵 사태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이번 사태 초기 무시무시하고 말도 안 되는 계엄 시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이 확인됐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한국 거버넌스에 대한 의구심과 한국에 대한 인식이 악화될 것이다. 원화 약세는 한국에 대한 신뢰 부족을 의미한다. 한국 법치와 규범이 회복되고, 계엄 쿠데타를 일으킨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 확인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