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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NOW]지자체 '민생 올인'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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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민심 잘 아는 기초단체장
먹고 사는 문제 핵심으로 지적
엘리트의 민낯 사람들은 기억할 것

지난주 10곳 남짓한 서울 자치구에서 신년인사회를 열었다. 신년 덕담과 인사를 나누고, 호스트인 구청장이 구민들에게 지난해의 성과와 한 해 계획을 알리는 자리다. 올해 분위기는 다른 어느 때보다 차분하다. 애초 준비한 공연과 음악도 급히 바꿨다. 구청 몇 곳은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선출직 공무원 중 바닥 민심을 가장 잘 아는 건 기초자치단체장이다. 출마할 땐 정당 공천을 받지만 일할 때는 여야 지지자를 구분해 할 수 없는 자리다. 지지층에 목매고 당론에 휘둘리는 국회의원과는 직의 성질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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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내내 아침, 저녁 현장에서 산다. 지역 사정에 밝다. 구청장들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먹고 살기 너무 힘들다. 불안하다"는 얘기다. 지역경제·민생경제 살리기를 새해 시급한 정책 1순위로 꼽은 이유다.

가장 대표적인 게 상품권(지역화폐) 정책이다. 자치구 대부분이 이번 주 판매를 시작한다. 강남구는 300억원 규모의 상품권을 전액 구비로 발행한다. 상품권 할인율 5%에 상시 페이백 행사를 벌여 추가 5% 혜택을 준다. 액면가 50만원짜리를 47만5000원에 사서 쓰면, 다시 2만5000만원을 환급해주는 식이다. 50만원짜리를 45만원에 사서 쓰는 셈이다.


성북구도 400억원어치를 발행한다. 마찬가지로 최종 할인율을 10%까지 확대했다. 상품권 발행은 재정부담이 큰 사업이다. 그렇지만 자치구들이 앞다퉈 발행액을 늘리는 건 불황기 이만큼 즉시 효과를 볼 수 있는 사업도 드물기 때문이다. 구조가 단순하지만 골목경제에 미치는 낙수효과가 실시간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하반기 강남구에서 두 달 동안 페이백 이벤트를 했더니 월평균 구매액이 평소보다 1.8배 늘었고, 상품권 사용량이 2배 증가했다. 2020년 9월 사랑제일교회에서 정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예배를 열어 1100명이 넘는 코로나19 집단 감염자가 발생했다. 성북구 장위동과 석관동, 월곡동의 여러 가게가 망하기 직전 상황까지 갔다. 이 위기에서 살려준 게 당시 특별 발행한 ‘장석월(장위·석관·월곡)’ 지역상품권이었다.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예산 삭감으로 재작년까지 10%였던 상품권 할인율은 7%, 5%로 단계적으로 줄었다. 서울시도 덩달아 지원을 줄였다. 성북구와 용산구, 강남구 등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체 예산을 긁어모아 페이백 행사를 진행해 톡톡한 소비 진작 효과를 봤다. 줄었던 자치구 전체 발행액도 다시 늘고 있다.


서초구 등에서는 이번 주 상권 활성화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중소기업육성기금 융자, 저신용·무담보 대출 등 대책을 내놨다. 은평구에서는 구청장이 나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 효과를 본 유관·직능 기관 등의 선결제를 독려하고 있다. 구청사에서 나가 밥을 사 먹자며 구내식당 휴무일도 확대했다.


지자체장들은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고 했다. 권한과 예산의 한계는 명확하지만 그나마 지탱하는 힘이다. 법질서와 상식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무력감이 꿈틀거리려는 의욕을 누르고, 콕 짚어 말할 수 없는 불안감이 때때로 찾아온다. 정치와 경제, 국가와 시장을 서로 떼 놓고 설명할 수 없다는 걸 실감하는 요즘이다. 엘리트,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이들의 기회주의적 행태가 계속되는 한 민생경제는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사회부 지자체팀 김민진 부장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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