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년대 미래지향적 '쇠맛' 감성
에스파 등 K팝 아이돌 가수 적극 활용
세기말 불안감보다 향후 미래감 반영
Y3K가 Y2K 복고 열풍을 넘어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Y3K는 'Year of 3000'의 줄임말로, K는 영어로 1000단위인 'Kilo'의 첫 글자에서 따왔다.
Y3K는 3000년대에 있을 법한 미래지향적인 스타일을 일컫는다. 흔히 '미래' 하면 떠올리는 은색·광택·금속성 소재를 위주로, SF 영화나 게임 등의 판타지적 요소를 결합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3D프린팅·홀로그램 등 지금의 디지털 감성을 살짝 더해 완성한 공상과학적인 콘셉트가 핵심이다.
이 트렌드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시작됐다고 알려졌다. 특히 케이팝(K-Pop) 아이돌 가수들이 Y3K 요소를 자신의 음반이나 무대 콘셉트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었다. 걸그룹 에스파는 2020년 데뷔부터 설정한 AI 세계관에 맞춰 복장과 화장, 안무를 추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앞서 2013년에는 보이그룹 동방신기가 일본 닛산 스타디움 공연에서 'Y3K'란 제목의 곡을 움직이는 우주선 모형에 탑승한 채 불러 화제를 모았다.
패션·뷰티업계도 Y3K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는 케이팝 가수들의 무대의상을 새롭게 재해석한 융합 패션쇼 'Y3K 코레'가 열렸다. 패션쇼에는 갤러리 라파예뜨, 르봉 마르셰 등 파리의 유명 백화점 브랜드 관계자들과 프랑스 패션계 VIP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Z세대 대표 스타인 미국 할리우드 배우 젠데이아가 지난 2월 SF 판타지 영화 '듄:파트2' 시사회에서 선보인 사이보그룩은 관련 업계에 놀라움을 안겼다.
Y3K는 사실 낯선 콘셉트는 아니다. 1990년대 후반에도 이와 비슷한 사이버 콘셉트가 인기를 끌었다. 가수 엄정화가 1999년 선보인 5집 정규음반 수록곡 '몰라'의 무대는 사이버 전사 세계관을 활용했다. 인간과 외계인이 외계 행성에서 세력을 다투는 전략시뮬레이션 '스타크래프트' 등 우주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다만 Y3K는 요즘 유행하는 복고감성의 Y2K와는 차이가 있다. Y2K에는 2000년 전후에 밀레니엄 세대가 느낀 불안감이 반영돼 있다. 당시엔 컴퓨터의 연도표기 문제인 Y2K(밀레니엄) 버그와 중세기 유럽의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세계 종말 예언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Y2K는 막연하고 미지투성이인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자유롭게 반영한 스타일인 셈이다.
반면 Y3K는 불안감보다 '미래감'이 있는 표현이 강해졌다. 메타버스, 아바타 등 AI 기술로 구현한, 지금보다 더 발달한 세계와 미래의 가능성을 반영한다. 특히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Y3K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이다. Y3K는 은색과 광택, 금속성이 주는 차가운 느낌 때문에 소위 '쇠맛'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문화·예술적 감각이 첨단 기술의 발달과 만났을 때, 쇠맛 요소를 어떤 방식으로 소화할 것인지가 Y3K 감성을 살리는 데 중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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