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에 필수…관단 때문에 술자리도 줄어
관단 장려했던 中 정부도 과도한 열풍에 경계
‘폭탄을 던진다’는 뜻의 관단(?蛋)’이라는 게임이 중국을 강타하고 있다. 관단은 금융계와 관료 사회 등의 접대 문화까지 바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 이코노미스트,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최근 관단의 선풍적인 인기에 각자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전 세계 기업 임원들이 한때 비즈니스를 위해 골프를 배웠듯, 중국 기업 임원들은 관단을 배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1960년대 장쑤성 화이안에서 탄생한 관단은 네 명이 두 조로 나눠서 팀전(戰)으로 치러지는 게임이다. 포커 등 기존 카드 게임보다 약간 큰 전용 카드 두 세트를 사용한다. 패를 나눠 가진 후 규칙에 따라 한 장씩 카드를 내려놓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먼저 패를 다 내려놓은 사람이 속한 팀이 승자가 된다. 포커·브리지 등 대중화한 다른 카드 게임에 비해 규칙이 복잡한 편이다. 같은 팀원을 밀어주는 ‘칭상(情商·눈치)’도 필수다.
관단 애호가는 중국 전역에서 약 1억4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단의 인기가 갑자기 치솟은 배경에는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 갈등 심화 등을 거치며 서방 국가들의 중국 투자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전까지 중국 금융업계에서는 영미권 투자자들이 즐기는 ‘텍사스 홀덤’이 인기가 높았으나, 요즘에는 장쑤성·저장성 등 자본이 많은 남방 지역 투자자가 더 중요해지면서 이들이 고향에서 즐기던 관단이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관단이 골프의 자리를 대신하면서 ‘종이 골프’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관단 열풍으로 인해 마오타이의 주가가 하락했다는 이야기도 일각에서 돌고 있다. 중국 시가총액 1위를 2022년부터 차지했던 마오타이는 최근 그 자리를 공상은행에 내줬다. 2022년 초 2050위안이었던 주가가 1478위안으로 내려갔는데 그 배경에 관단의 인기가 있다는 식의 분석이다. 관단이 음주를 대체하면서 과음이 줄었고, 그에 따라 마오타이 소비가 줄었다는 논리다.
중국 정부는 최근까지 관단 열풍을 장려하는 분위기였다. 마작·골프 등은 사치스러운 오락으로 보고 반(反)부패의 표적으로 삼았지만, 관단은 카드와 테이블만 필요하고 사행성도 약하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양질의 스포츠로 본 것이다. 그러나 관단의 인기가 과열돼 ‘관단 폐인’이 속출하는 등 부작용이 생기자 중국 정부의 입장도 바뀌고 있다.
베이징 당 위원회 산하의 ‘북경청년보’는 관단을 사회악으로 규정하며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지난 5일부터 사흘 연속으로 게재했다. 공무원들이 모여 관단을 즐기는 것이 부패를 일으키는 ‘독 폭탄’이 되고 있으며, 젊은 층이 관단이나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탕핑(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다는 뜻)’ 문화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북경청년보는 “노력하려는 열정은 게임에 빠져 사라지고, 적극적인 의지는 오락에 심취해 잃어버렸다”고 비판했다.
대만 중앙통신은 12일 “중국 당국이 궁여지책으로 관민을 분리해 공무원 사회에서 먼저 관단 단속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아직은 특정 상황이나 환경에서 관단을 통제하거나 금지하는 식의 조치는 나오지 않았으나, 관단에 대한 정부의 경계수위가 점차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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