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에서 대선 부정행위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재선을 확정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맞섰던 야권 지도자가 스페인으로 망명했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성명을 내고 "카라카스에 있는 스페인 대사관에서 며칠간 자발적 난민으로 지내던 야당 당원 에드문도 곤살레스가 조국을 떠나 그 정부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부 장관도 곤살레스가 스페인 공군기를 통해 스페인으로 날아왔다고 확인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스페인 정부는 모든 베네수엘라인의 정치적 권리와 신체 안위를 약속한다"고 적었다.
앞서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7월28일 투표 종료 6시간 만에 마두로 대통령의 3선을 확정하자 부정 선거 의혹이 일었다. 야권 후보 곤살레스의 승리를 예측한 서방 조사기관의 출구조사와 엇갈리는 데다 선관위가 실시간 개표 참관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후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마두로 정권은 이를 야권 책임으로 돌렸다. 베네수엘라 법원은 곤살레스에 대해 권력 찬탈, 정부 전복 음모, 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지난 2일 발부했다. 곤살레스는 대선 직후 스페인 대사관으로 옮기기 전까지 약 6주간 카라카스 주재 네덜란드 대리대사 관저에서 숨어 지냈다.
곤살레스가 체포 위협에 결국 망명길을 택하면서 베네수엘라는 민주주의에서 더 멀어질 전망이다.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라이언 버그 미주 프로그램 책임자는 "대통령 당선인의 강제 망명은 그에게 투표한 수백만 명에게 슬픈 날"이라며 "(서방에서 대선 승리 후보로 간주하는 곤살레스 망명으로) 정치적 전환이 더욱 요원해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마두로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 압박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베네수엘라 당국은 야당과 시민사회 구성원에 대한 탄압과 자의적 체포를 중단하고 모든 정치사범을 즉각 석방하라"며 "EU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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