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당국 vs 일론 머스크 갈등 격화에
대법원, 엑스 차단 조처 만장일치 결정
브라질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 이용이 차단된 가운데, 현지 시민들 사이에서는 사법 당국의 결정을 두고 논란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SNS 플랫폼도 차단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있다고 한다.
'AP뉴스' 등 외신은 2일(현지시간) 엑스 차단 조처가 시행된 뒤 브라질 시민들의 반응을 조명했다. 앞서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브라질 내에서 엑스를 차단하는 조처에 대해 만장일치로 '문제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현재 브라질에서 엑스는 사실상 퇴출당했으며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한 우회접속도 금지됐다. 만일 이를 어길 경우 접속 1일당 최대 1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차단 이전에 브라질은 엑스에서 가장 큰 시장이었으며, 이용자 수도 수천만 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엑스 차단 이후 일부 브라질 시민들은 '스레드' 등 다른 SNS로 옮아갔는데, 이곳에서는 사법 당국의 결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브라질의 유명 엑스 이용자였던 작가 치코 바니는 "지금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운 심정을 전했다. 이 외에도 엑스를 통해 홍보하던 아티스트 상당수가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단절감을 느낀다는 이들도 있었다. 18세 학생인 줄리아 알베스 드 올리베이라는 매체에 "뉴스나 신문 대신 엑스로 세상 소식을 접해 왔는데, 이 플랫폼이 갑자기 차단됐다"며 "지금 전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브라질 대법원과 엑스의 갈등은 지난 수개월째 지속돼 왔다. 앞서 알렉산드르 지 모라이스 브라질 대법관은 자이르 보우소나르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의 가짜 뉴스, 증오 메시지를 혐오한 이른바 '디지털 민병대'의 행위에 위헌 요소가 있다며, 엑스에서 이들 특정 계정을 차단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엑스는 이 명령에 수개월째 응하지 않았고, 결국 마찰은 더욱 심화했다.
사법 당국의 엑스 퇴출 결정은 브라질 정치권 사이 정면 대결로 번지는 모양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가까운 우익 성향 의원인 니콜라스 페레이라는 "폭군들이 브라질을 공산주의 독재 국가로 만들고 싶어 한다"며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언론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 이들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맹비난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또한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우리의 자유, 안보에 대한 또 다른 타격"이라며 "표현의 자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브라질 땅에서 운영되는 국제 기업의 신뢰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CNN 브라질과의 인터뷰에서 "머스크 CEO가 부자라고 해서 전 세계인이 그의 극우 이데올로기를 용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사실상 대법원의 결정을 지지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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