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준공 당시 의무 설치 대상 아냐
사망자 2명 에어매트 뛰어내리다 숨져
20~50대 대부분 화재 장소 인근 투숙
경기 부천의 한 호텔에서 19명의 사상자를 낸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해 소방 당국이 합동 감식을 진행한다. 호텔의 빈 객실에서 시작된 불은 유독가스를 일으켰고, 객실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23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39분께 부천 원미구의 9층짜리 호텔 8층에서 불이 나 20~50대 투숙객 등 내국인 7명이 사망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경기남부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이날 오전 11시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확인하기 위해 유관 기관과 합동 감식을 진행한다. 화재는 투숙객이 없는 빈 객실 810호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화재 발생 전 해당 객실을 배정받은 사람이 있었지만, "타는 냄새가 난다"며 객실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취사도구가 구비돼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23일 경기 부천 호텔 화재 현장에서 과학수사대가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이번 화재는 어제 저녁 7시 40분쯤 시작돼 투숙객 등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이번 화재 사망자 중 2명은 불이 난 호텔 내부가 아닌 소방이 설치한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숨졌다. 이상돈 부천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에어매트로 뛰어내린 남녀 2명이 모두 사망했다"며 "첫 번 뛰어내린 분이 뛰어내리면서 (정상적으로 펼쳐져 있던) 에어매트가 뒤집힌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에어매트는 추락 시 가해지는 충격을 버틸 수 있게 설계됐지만 평평한 지대에 설치돼 있지 않거나, 가장자리로 충격이 지속될 경우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 대부분의 사망자는 화재가 발생한 8층 객실 인근에 투숙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상자는 3명, 경상자는 9명이며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2003년 준공된 이 호텔의 객실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호텔 준공 당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은 11층 이상이었기 때문에 이 호텔은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은 2017년부터 6층 이상의 신축 건물로 확대됐지만, 의료기관이나 요양병원 등 일부를 제외하면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다.
화마가 크게 번지지는 않은 반면 검은 연기와 함께 유독가스가 다량 발생한 것 역시 피해가 커진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 과장은 "저희가 선착했을 당시에 내부에 이미 연기가 가득 차 있었으며 창문으로 분출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연기가 시야를 가리고 호흡을 어렵게 해 비상구를 찾거나 탈출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었을 수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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