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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전공의 집단사직 일주일…중증환자 '진료 무한대기'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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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기다리는 건 예사"
치료 일정 지연사태 속출

구급대 지연 이송 등
지방 환자 피해 가시화

"항암치료 받는데 5시간 기다렸어요. 지난주는 1박 2일 기다렸으니 조금 나아지긴 했네요."

26일 오전 10시께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만난 40대 보호자 김모씨가 암 환자인 아버지를 부축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아버지의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씩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하고 있다.


이전에는 진료까지 평균 2시간가량 소요됐지만, 지난 일주일 사이 대기시간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길어졌다. 김씨는 "전공의 사직서 제출 첫날에는 아무리 기다려도 차례가 오지 않아 다음 날에 병원을 방문했다"며 "이제는 넉넉잡아 1박 2일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병원을 찾지만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버지께서 많이 지치셨다"고 토로했다.

26일 서울 서대문구의 세브란스병원 외래진료 접수창구가 한산하다.[사진=이지은 기자]

26일 서울 서대문구의 세브란스병원 외래진료 접수창구가 한산하다.[사진=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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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일주일을 맞으면서 항암치료 환자의 대기시간이 두 배 이상 길어지는 등 중증 환자 중심으로 의료공백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경증 외래환자의 경우 예정대로 진료받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의료계 전반으로 진료 차질 문제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중증 환자들을 중심으로 치료 일정이 지연되는 상황이 속출했다. 어머니의 항암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한 아들 강모씨(58)는 "평소보다 대기 시간이 2배나 늘었다. 건강한 사람도 이렇게 힘든데 암 환자들은 더욱 힘들어한다"며 벤치에 힘없이 기댄 어머니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외래환자 검진은 별다른 차질 없이 진행됐다. 병원을 찾은 대다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타격을 받지 않은 검진 환자였다. 심장질환 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은 장모씨(53)는 "2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진료를 받았는데 평소에도 이 정도는 기다렸다"며 "뉴스에서는 700명 가까이 되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냈다고 해서 놀랐는데 딱히 진료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접수창구 앞 대기 환자는 지난주와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초진 외래환자가 대폭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장씨는 "한 달 전에는 대기 의자에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며 "오전 10시에 열댓 명 앉아있다는 건 매우 보기 드문 광경"이라고 전했다.


26일 서울대벙원의 접수창구 앞에 환자들이 모여 있다.[사진=심성아 기자]

26일 서울대벙원의 접수창구 앞에 환자들이 모여 있다.[사진=심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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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일부 입원환자의 경우 퇴원 일정이 의료진 부족 문제로 일주일가량 앞당겨지긴 했으나 외래환자의 검진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하기 위해 서울대병원을 병원을 찾은 남모씨(68)는 "지난 23일에 예약을 했는데 시간이 지체되거나 일정이 미뤄지진 않았다"며 "의사들도 억울한 면이 있겠으나, 급해 보이는 환자들을 보면 집단 사직은 의사 본분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자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이구동성으로 두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아내와 함께 세브란스병원에 검진받으러 온 양모씨(67)는 "정부와 의사가 대립하고 있다지만 국민의 건강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며 "의사들이 병원을 비우는 날이 길어지면 아무리 간단한 검진이라도 제대로 받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전공의 병원 이탈이 지속되면서 의료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방을 중심으로 환자들의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대전에서는 지난 20일부터 26일 오전까지 23건, 부산에서는 42건의 구급대 지연 이송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태가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경증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촉구하고 비응급환자의 대형병원 이용 자제를 제안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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