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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100%, 상여금도 똑같이"…출산휴가 두달 쓴 '없던 아빠'[K인구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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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레고코리아, 부양육자도 8주 유급 출산휴가 제공
“동료들도 적극 독려 분위기”
주 2회 재택근무·자유로운 출퇴근에 아내와 육아 분담

편집자주대한민국 인구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기업에 있다. 남녀 구분 없이 일로 평가하는 기업 내 분위기와 가정 친화적인 문화가 곧 K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이기 때문이다. 저출산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지만, 적어도 일터에서의 부담감이 걸림돌이 돼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경제는 가족친화정책을 선도하는 기업을 찾아가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지점을 짚고,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못하는 기업과는 다각도에서 함께 방법을 찾아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부터 변하도록 독려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분석한다. 금전적 지원보다 심리적 부채감을 줄여주는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가 핵심이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다양한 측면에서의 대안을 제시한다.

“개인적으로 요리를 좋아해 출산휴가 기간 가족의 삼시세끼를 제가 챙겼습니다. 아내를 위해 최대한 건강식, 보양식 위주 식단을 많이 준비했었죠. 지금은 재택근무로 출퇴근 시간이 절약되니 저녁 시간을 활용해 출근하는 다음날 가족이 먹을 국이나 반찬을 미리 준비해두고 있습니다.”


레고코리아에서 12년째 근무 중인 김유성씨(37·남)는 최근 4년 사이 출산휴가를 총 3개월 사용했다. 2020년 12월 첫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 두 달을, 지난해 6월 둘째 아이와 함께 한 달을 썼다. 아직 한 달을 더 사용할 수 있는데, 이는 두 아이가 크고 나면 쓸 예정이다. 법적으로 배우자 출산휴가는 10일이지만 레고코리아에서는 부양육자도 출산휴가를 최대 8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주양육자는 26주다. 기간은 분할해서도 쓸 수 있다. 복직도 보장되지만 해당 기간 기존에 받던 월급 100%를 지급한다. 기본급에 정기상여와 수당, 연차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입양하는 경우에도 동일하다.

김유성 레고코리아 트레이드 마케팅 매니저가 생후 약 7개월 된 둘째 아이에게 젖병 수유를 하고 있다. 김씨는 "관련 제도와 문화가 분명히 출산을 장려한다고 생각하고, 출산 이후로도 일과 육아 둘 다 잘 할 수 있는 좋은 업무 환경을 레고코리아가 조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레고코리아 제공)

김유성 레고코리아 트레이드 마케팅 매니저가 생후 약 7개월 된 둘째 아이에게 젖병 수유를 하고 있다. 김씨는 "관련 제도와 문화가 분명히 출산을 장려한다고 생각하고, 출산 이후로도 일과 육아 둘 다 잘 할 수 있는 좋은 업무 환경을 레고코리아가 조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레고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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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그룹은 2020년 전 세계적으로 육아휴직 제도를 변경했다. 김씨 부부가 첫째를 만날 무렵이었다. 김씨는 당시 회사에서도 바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제도를 장려하기 위해 적극적이었다고 했다. 김씨는 “아내가 출산을 한 달 앞둔 시기여서 바뀌는 제도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는데 ‘타운홀 미팅’을 통해 내용을 상세히 알게 됐고, 동료들도 새로운 제도 사용을 독려했다”고 말했다. 회사 내에서도 가족에 대한 돌봄을 우선시하고, 출산휴가 사용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 문제없이 육아에 전념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육아휴직 제도 변경 후에도 레고그룹의 실적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2018년부터 5년간 순이익은 연평균 12.7% 올랐다.


출산휴가 기간 김씨는 확보된 시간을 바탕으로 아내를 위한 맞춤 보양식을 준비했다. 삼계탕부터 전복미역국, 민물장어구이 등 건강에 좋은 음식을 주로 만들었다.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아이를 돌보다 보면 산모가 본인 식사를 제대로 챙기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끼니는 간편식으로 해결하고 육아 스트레스로 야식을 찾다 보면 식습관이 망가져 건강에 더 무리가 가는 악순환이 생기기 쉽다고 하더라구요.”


미혼 직원도 결혼 후 출산·육아 긍정적 인식

첫 아이가 처음 배냇짓(태어난 지 3개월 이내 기간만 보이는 웃음)을 하는 모습을 직접 본 것도 김씨에게는 소중한 추억이다. 그는 “출산휴가 중이 아니었다면 보지 못했을 순간이었을 것”이라며 “아이의 성장에서 중요한 순간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뜻깊었다”고 했다.

복직 후 김씨는 육아를 위해 유연근무와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레고코리아는 하루 8시간으로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출퇴근 시간은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일주일에 이틀은 재택근무를 정례화했다. 김씨는 “유연근무의 가장 큰 장점은 일하면서 육아에서 오는 변수에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아내가 혼자서 온종일 두 아이를 돌보지 않도록 한다고 했다. 그는 “아이가 아프거나 오전 등원 시간이 늦어지는 등 변수가 생겨도 업무 분담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레고코리아 임직원은 서로의 가족 돌봄을 1순위 가치로 여긴다고 자신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제도와 문화가 분명히 출산을 장려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언제든지 자유롭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에 미혼인 직원도 레고코리아에 다니며 결혼 후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레고코리아 직원 수는 60여명이다. 성비는 지난해 기준 여성 50.8% 남성 49.2%다. 자녀가 있는 직원 비율은 44%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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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 비용이나 장기적 회사 성공 위한 투자"

레고코리아는 가족친화정책을 유능한 인력에 대한 투자라고 보고 있다. 육아휴직과 별개로 가족 구성원 돌봄이 필요할 때 4주간 급여 100%를 지급하는 ‘가족돌봄휴가’ 제도까지 운영하는 이유다. 정희영 레고코리아 대표이사(GM·General Manager)는 “기업 자체도 사람이 모여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간 신뢰를 바탕으로 행복하고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면서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회사의 비용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국 회사의 성공에 영향을 준다는 믿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레고코리아는 리더 평가에도 직원들의 동기부여 항목이 포함돼 있다. 리더의 성과를 단순히 매출 성과, 영업이익 등 숫자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리더와 함께 일한 직원이 회사를 오래 다니고 싶어 하는지, 이직하고 싶어 하는지, 회사를 타인에게 추천하고 싶은지 등 만족도 관련 조사를 실시한 다음 리더의 전체 점수를 매긴다. 정 대표는 “레고만큼 직원 동기부여를 심각하게 평가하고 팔로하는 회사는 없을 것”이라면서 회사가 중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직원 동기부여가 반드시 수반돼야 하고, 일과 생활 양립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기업의 필수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희영 레고코리아 대표(GM·General Manager). 1984년 레고코리아 설립 이래 최초의 한국인이자 첫 여성 대표다. 정 대표는 연세대와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이후 필립스 아시아태평양지역 주방·생활가전 마케팅 총괄, 필립스코리아 세일즈 및 마케팅 총괄, 쿠팡 카테고리 리더를 역임하며 영업, 마케팅, 리테일 등 다방면으로 전문성을 쌓았다.(사진=레고코리아 제공)

정희영 레고코리아 대표(GM·General Manager). 1984년 레고코리아 설립 이래 최초의 한국인이자 첫 여성 대표다. 정 대표는 연세대와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이후 필립스 아시아태평양지역 주방·생활가전 마케팅 총괄, 필립스코리아 세일즈 및 마케팅 총괄, 쿠팡 카테고리 리더를 역임하며 영업, 마케팅, 리테일 등 다방면으로 전문성을 쌓았다.(사진=레고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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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은 기업에서 재택근무를 축소하고 있지만, 레고코리아는 여전히 주 2회 재택근무를 실시한다. 직원에 대한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고, 서로 유기적으로 일을 하며 결과로 얘기한다면 근무 형태는 문제가 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 대표는 “확실한 업무 구분으로 조직이 효율화돼 있어 한 사람이 자기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바로 알 수 있는 구조”라며 “상호 피드백하는 문화도 잘 갖춰져 있어서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자극을 준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일·생활 균형을 위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기업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변해야 궁극적으로 사회가 변한다”며 “문화가 바뀌기 위해서는 제도가 있고 동기부여가 돼 실제로 쓰는 사람까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먼저 나서서 가치 있는 사내 제도를 실천하고, 변화를 만들어내면 이것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는 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K인구전략-양성평등이 답이다'
김유리·이현주·정현진·부애리·공병선·박준이·송승섭 기자
김필수 경제금융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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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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