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T·포스코 셀프 연임? '수사'보다 '숫자'에 근거해야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소유구조가 분산된(주인 없는) 대표 기업 KT와 포스코의 사사를 영화로 제작하면 5년마다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최고경영자(CEO)의 수난, 그리고 교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업 대표가 달라졌다. 새 정권이 과거 정권이 임명한 대표를 내버려 둔 적은 거의 없다.
역대 포스코 회장들은 정권 교체기마다 불명예 퇴진했다. 김만제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 유상부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이구택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정준양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 권오준 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물러났다. 민영화 후 KT 대표 중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채운 사람은 황창규 전 회장이 유일하다. 남중수, 이석채 전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검찰 수사 등으로 임기 중 자진 사퇴했다.
이번 정권도 KT와 포스코 대표들에게 비키라는 신호를 보냈다. 국민연금공단이 칼자루를 휘둘렀다. 국민연금은 KT와 포스코의 CEO 연임에 공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첫 타깃은 KT다. KT 이사회가 구현모 KT 대표를 차기 대표 후보로 확정하자 최대주주(지분율 10.74%)인 국민연금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황제 셀프 연임'을 비판했다. 사실 두 회사 사람들은 한번도 스스로 회장을 뽑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표는 늘 정권이 미는 사람 혹은 내락을 받은 사람이었다. 황제 셀프 연임은 자극적이고 재밌는 수사(修辭)지만 사실을 잘 아는 사람 입장에선 어불성설이다.
수사보다는 숫자로 말해보자. 국민 노후자금 9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기업 대표 인사에 개입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 국민연금의 작년초부터 10월 말까지 운용 수익률은 -5.29%. 손실액은 50조원을 넘었다. 국민연금은 KT 투자로 큰 이득을 봤다. KT 주가는 구현모 대표 취임 후 3년간 70% 뛰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41% 증가했다. KT는 배당도 2020년 1350원 지난해 1910원으로 늘렸다. 포스코의 기업가치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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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KT, 포스코 대표는 임기를 마치려면 이번 정권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국민의 투표로 집권한 정부다. 관례대로라면 두 회사 대표를 검증할 수 있다. 하지만 검증 과정은 '수사'가 아닌 '숫자'에 근거해야 한다. 수사는 화려하지만 예상외로 힘이 없다. 국민들을 납득하게 만들려면 그 이유를 숫자로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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